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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성희]‘지진 5.0’ 시대

입력 | 2016-07-07 03:00:00


그제 밤 울산 일대에서 발생한 지진은 규모 5.0으로 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래 다섯 번째로 강력했다. 영화를 보던 사람들이 진동을 느낄 정도여서 혼비백산한 시민의 문의 및 신고 전화가 쇄도했다. 부산과 경북뿐 아니라 충청과 경기에서도 진동이 감지된 것을 보면 위력이 상당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한반도가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님이 거듭 확인됐다.

▷2011∼2015년 5년간 울산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2.0 이상 지진은 18건으로 1991∼2010년 20년간 발생한 것과 같은 건수다. 빈도는 잦아지고 강도는 세지고 있다. 동남권 해안가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및 산업벨트인 만큼 이곳의 잦은 지진은 걱정스럽다. 울산 인근 고리에 8기, 경주 월성에 6기 등 14기의 원전이 있고 월성에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저장시설도 있다.

▷2011년 규모 9.0의 동일본 대지진은 규모 5.0인 울산 지진의 1만 배에 해당하는 강도였지만 원전은 끄떡없었다. 문제는 쓰나미였다. 밀어닥친 바닷물로 지하 1층이 침수되면서 비상 디젤발전기가 손상돼 노심용융이 진행되는 대형 사고로 이어졌다. 우리나라 원전은 규모 6.5∼7.0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지어졌지만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정부는 1조2000억 원을 들여 쓰나미와 빗물 침수 등에 대비한 50개의 안전대책을 시행했다.

▷정작 걱정스러운 것은 미흡한 내진 설계와 부실한 지진 대비 훈련이다. 1988년 내진 설계가 의무화됐지만 과거에 지어진 건물이 절반가량이나 되고 내진 설계가 적용된 신축 건물이라 해도 타일이나 유리 등 외장재가 떨어져 2차 피해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1978∼2014년 규모 5.0∼5.9 지진은 한국에선 4건 발생했지만 일본은 3357건이나 된다. 지진이 일상인 일본 국민은 규모 5.0 지진에는 웬만해선 놀라지 않는다. 일본인들은 지진을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스스로 대비한다. 언제 지진이 나도 대피할 수 있도록 어렸을 때부터 훈련을 받는다. ‘지진 5.0’ 시대에 우리도 지진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