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 여성리더 시대 예고]
힐러리, 오바마와 합동유세 시작
오바마 “바통 넘겨줄 준비 돼있다”… 트럼프, 에어포스원 탑승 문제제기
백악관 “힐러리, 적정 탑승료 낼 것”… FBI, e메일 스캔들 불기소 결정
美언론 “특권층 이미지 더 커질수도”
《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테러로 혼란에 빠진 지구촌에 여성 리더들이 해결사로 떠올랐다. 힐러리 클린턴은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의 꿈에 한 발 더 다가섰다. 발목을 잡던 ‘e메일 스캔들’에 대해 미 연방수사국(FBI)은 5일(현지 시간) 불기소 권고 결정을 내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클린턴과 나란히 에어포스 원을 타고 첫 공동 유세에 나섰다. 같은 날 치러진 영국 집권 보수당 대표 경선 1차 투표에서는 테리사 메이 내무장관이 압도적 1위를 차지해 마거릿 대처 이후 26년 만에 여성 총리가 탄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에게 5일은 대선 레이스에서 중요한 분수령으로 기록될 듯하다. 신뢰도 하락의 주범이었던 ‘e메일 스캔들’에서 법적으로 자유로워진 데다 가장 큰 우군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원 유세도 이날 시작됐다. CNN은 “7월 5일은 클린턴에게 정치적 독립기념일”이라고 보도했다.
e메일 스캔들을 수사해 온 미 연방수사국(FBI)의 제임스 코미 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불기소 권고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코미 국장은 “클린턴이 개인 e메일 서버로 송수신한 e메일 가운데 총 110건이 비밀 정보를 포함하고 있었지만 고의적 법 위반 의도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FBI 권고대로 조만간 불기소 방침을 확정하고 사건을 종료할 게 확실시된다. 클린턴으로서는 이달 말 후보 지명을 위한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긋지긋했던 e메일 스캔들의 족쇄를 벗어던질 수 있게 된 것이다. FBI 수사 결과 발표 직후 클린턴 캠프의 브라이언 팰런 대변인은 환영 성명을 통해 “개인 e메일 계정을 사용한 것은 실수였고 앞으로는 절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 문제가 해결돼 기쁘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FBI 수사 발표 몇 시간 뒤인 이날 오후 클린턴과 첫 공동 유세에 나섰다. 이날 클린턴과 함께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을 타고 대표적인 경합 주인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에 간 오바마는 45분 동안 특유의 격정적인 연설로 클린턴을 치켜세웠다. 그는 “남성이든 여성이든 역사상 클린턴만큼 대통령 자격을 갖춘 사람은 없었다”며 “나는 이제 (대통령직의) 바통을 힐러리에게 넘겨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오늘 이 자리에 온 것은 클린턴을 믿기 때문이다. 그가 국무장관 시절 보여준 판단력과 책임감은 단연 최고였다”며 클린턴에게 힘을 실어줬다. 연단에서 지지자들과 ‘힐러리! 힐러리!’를 연호한 오바마는 클린턴과 두 차례 포옹하며 ‘힐러바마(힐러리+오바마)’ 연대가 본격화됐음을 알렸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클린턴에게 에어포스원을 제공한 것을 문제 삼자 백악관은 “클린턴이 민주당 전국위원회를 통해 적정 수준의 탑승료를 부담할 것”이라며 공세를 차단했다.
하지만 FBI의 면죄부가 그의 특권층 이미지를 강화해 비호감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폭스뉴스는 코미 FBI 국장이 불기소 권고 결정을 발표하면서 클린턴과 참모들이 비밀 정보를 ‘매우 부주의하게’ 다뤘다고 비판한 점을 거론하며 “법적 논란은 끝났지만 여론 재판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클린턴이 본선 과정에서 만만치 않은 후폭풍에 시달릴 것”이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도 사설에서 “클린턴은 법적 부담은 덜었지만 정치적 부담은 남아 있다”고 논평했다. 로이터통신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FBI의 불기소 권고 결정 이전 실시해 5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클린턴 지지율이 45.5%로 트럼프(32.9%)를 12.6%포인트 차로 앞섰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