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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희 능률교육 콘텐츠개발본부 대리
여태껏 직간접적으로 겪어온 실패들 중에서도 꽤나 크고 무거운 이야기라 어떻게 위로를 할까 고민하다가 신혼여행 때의 일이 생각났다. 수년 전 남편과 나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탈리아의 작은 해안 마을로 허니문을 가기로 했는데, 그곳의 여행 관련 정보가 흔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어렵고 까다로운 여행지라는 것이 오히려 도전 의식을 불타오르게 했고 전 세계 어디를 가도 만날 수 있다는 한국인 관광객이 없다는 점만으로도 “이보다 더 허니문으로 안성맞춤인 곳은 없다”며 더욱 들떴다.
해는 이미 저물어 캄캄한 밤이었고 지금까지 기다린 시간과 도로가 복구될 때까지 기다려야 할 시간을 합치면 하루 하고도 반나절이었다. 무엇보다도 이름도 처음 듣는 이탈리아의 경유지 도시의 길바닥에서 첫날밤을 보내게 된 상황이 화가 났다. 그리고 목적지에서 예정되어 있던 일정들을 모두 취소해야 한다는 것이 억울했다. 너무나 어이없고 짜증나는 상황이었지만 그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사실이었고, 우리는 그냥 한바탕 웃고 재난 특수를 맞아 어마어마한 바가지요금을 부르던 택시를 잡아탔다. 그러고 무너진 도로 대신 우회도로를 돌고 돌아 새벽녘에서야 겨우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중요한 건 여행에서 길을 잃었을 때, 버스가 끊기고 일정이 엉망이 되었을 때, 그저 새롭게 출발하는 일이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웠기에 이후의 여행은 원래의 계획을 수도 없이 변경해야 했고 심지어 낯선 타국에서 아주 많이 길을 잃기도 했지만, 언제까지나 무너진 도로 탓을 하며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고, 또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새로운 환경에서 우리가 책임져야 할 새로운 문제를 마주했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 다시 출발하는 것뿐이었다.
이탈리아에서 얻은 값비싼 교훈은 앞으로도 스스로에 대한 믿음, 올바른 방향과 일관된 가치관만 있다면 길을 잃어도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으리라는 깨달음이었다. 다시 시작했을 때 그곳은 처음 계획과 다른 곳이었지만 우리는 아름다운 곳에서 행복했음을 오래도록 기억하자고 약속했다.
그날 밤 오래전 험난하고 고생투성이였던 그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며, 선배에게 일러주고 싶었다. 단순히 ‘사업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씩은 넘어지는 거지 뭐’라는 피상적인 위로 대신 “선배 자신을 믿고 무엇이 되었든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그리고 “그렇게 일어서 또 한발을 내딛는 모습이 선배 자신뿐만 아니라 오래도록 응원해온 주변 사람들에게도 근사한 감동을 줄 것”이라고. 물론 나를 포함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