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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철 기자의 파넨카 킥]“수비 걱정마” 목소리 높인 신태용 감독

입력 | 2016-07-07 03:00:00

미디어데이서 “불안 지적 자제” 호소
최종 예선후 5경기서 다양한 실험… 최규백-정승현 중앙수비 합격 평가
장현수 가세로 측면도 불안감 줄어 “일본전과 같은 실수 더 이상 없다”




“많은 사람들이 수비가 불안하다고 하는데,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신태용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은 5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대표팀은 일본에 2-3으로 진 것 외에 3골 이상을 내준 적이 없다. 수비 불안이라는 말은 가급적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록상 대표팀의 수비는 낙제점은 아니다. 신 감독 부임 이후 대표팀이 치른 25경기(15승 8무 2패)에서 14경기가 무실점이었고, 실점률은 경기당 평균 0.6골이었다. 그럼에도 대표팀엔 수비가 최대 약점이라는 말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경기 내용에서 수비를 지적할 수 있는 장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올림픽 최종예선을 겸해 1월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대표팀이 전반에 선제골을 넣고도 후반에 수비가 흔들리면서 실점한 경기는 3경기나 됐다. 일본과의 결승에서는 후반에만 3골을 내주며 역전패했다. 와일드카드를 수비 자원에 활용해야 한다는 얘기도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나왔다. 실제로 신 감독도 수비수 장현수(광저우R&F)와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를 와일드카드로 뽑으려 했지만 홍정호는 소속팀의 차출 거부로 합류하지 못했다.

와일드카드를 활용한 수비진 강화 계획이 흔들린 상황에서도 신 감독이 자신감을 보인 배경은 무엇일까. 첫째로 최종예선과 올림픽 본선에서 대표팀의 전술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같은 팀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대표팀은 예선에선 약체와 맞붙는 경우가 많아 공격적인 전형을 구사했다. 이 과정에서 공수 균형이 무너져 실점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신 감독은 본선에서는 무리하게 공격을 하기보다는 수비에 중점을 둔 전술을 들고 나설 계획이다. 이 때문에 선수 전원이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는 전술을 통해 수비 불안 문제를 일정 부분 해결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 감독은 “일본전에서 큰 점수차로 이기려다가 패하면서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많다. 본선에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최종예선 이후 올림픽 본선 진출국들을 상대로 치러진 5경기(3승 2무)에서 신 감독은 다양한 수비 조합을 실험했고, 이 과정에서 최규백(전북)과 정승현(울산) 등 중앙 수비수들에게 좋은 점수를 줬다. 특히 두 선수는 최근 소속팀에서도 주전으로 뛰며 경기 감각을 끌어올려 신 감독의 부담을 덜어줬다. 측면 수비수들의 떨어진 경기 감각이 문제지만 다양한 수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장현수를 활용해 공백을 메울 수 있다. 신 감독은 “대부분의 수비수들이 경기를 많이 뛰고 있어서 다행이다. 부상만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장현수는 상대 전술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할 것이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수비 불안이 조직력보다 실수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최규백은 “조직력은 문제가 없다고 본다. 개개인의 실수 때문에 단점이 부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신 감독도 선수들이 과거의 실수로 주눅 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일부러 강경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신 감독이 “실력이 100점인 선수가 수비 불안을 지적받아온 탓에 60∼70점밖에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선수들이 외부 지적에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해 신 감독은 올림픽 기간에 선수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을 막을 계획이다. “결과에 대해 나를 비판하더라도 지금은 선수들의 용기를 북돋워 달라”고 말한 신 감독은 올림픽 본선까지 남은 기간 동안 대표팀의 방패를 더 두껍게 만들 계획이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