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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전세’ 우려에 예방조치… 세입자들 갈아탈지는 의문

입력 | 2016-07-07 03:00:00

정부, 전세대출 분할상환 유도




정부가 전세자금대출에 대해 분할상환을 유도하고 나선 것은 최근 전세금 마련을 위한 가계의 금융권 대출이 급격히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전세대출이 앞으로 부동산시장의 향방에 따라 부실화할 우려도 있다고 보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꺼지고 주택 매매가격이 전세금보다 낮아지는 ‘깡통전세’가 속출하면,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들이 은행에 빚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 전세대출 4년여 만에 두 배 이상으로 급증

올해 3월 말 기준 은행권의 전세대출 잔액은 42조7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6조1000억 원(16.7%) 증가했다. 2011년 말(18조2000억 원)과 비교하면 5년도 안 돼 잔액 규모가 2.3배로 불어난 것이다.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등으로 전세자금을 마련한 사례까지 합하면 실제 가계의 관련 대출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추정된다.

전세대출 규모가 급증한 것은 저금리 장기화로 인한 전세금 상승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평균 전세가격은 1억6298만 원으로 3년 전인 2013년 6월보다 3135만 원(23.8%) 급등했다.

통상 전세대출은 전세 계약 만기 시점에 보증금을 되돌려 받는 점을 감안해 대부분 2년 만기 일시상환 형태로 이뤄진다. 그러나 부실 징조가 심상치 않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8만4000채, 내년과 내후년에 각각 12만 채의 주택이 신규 분양될 예정이다. 공급과잉으로 주택 매매가격이 단기간에 떨어지면 세입자뿐만 아니라 금융회사와 보증기관의 채권도 연쇄적으로 부실해질 위험이 있다.

현재도 주택금융공사의 보증 대출 상품 가운데 분할상환 방식의 상품이 있지만 이를 선택하는 세입자들은 전체의 10% 수준에 그친다. 서울보증보험이 보증하는 분할상환 상품도 4월에 판매를 시작한 신한은행 상품이 유일하다.


○ 분할상환 안착되면 월세 시장 커질 듯

다만 세입자들이 보증료 수십만 원을 깎기 위해 분할상환 방식으로 갈아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다달이 나가는 현금 지출을 줄이려는 사람들이 월세 대신 전세를 택한다”며 “보증수수료 감면 혜택을 받기보다는 대부분 일시상환을 유지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전세대출을 모두 분할상환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빚을 조금씩이라도 줄여나가려는 대출자들에게 정부가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은행권에 전세대출의 분할상환 비중 목표치를 정하게 하든지, 깡통주택 위험이 큰 고액 전세에는 분할상환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고액 전세에 대해서는 일시상환 방식의 보증을 제한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분할상환을 택했을 때 대출이 가능한 금액을 지금의 4억 원(주택금융공사 보증, 수도권 기준)보다 높여주는 방안도 있다.

전세대출에서 분할상환 방식이 정착되면 전세 수요자 일부가 월세 등으로 갈아타면서 전세난이 완화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대출금을 나눠 내기 부담스러운 세입자들은 비교적 저렴한 월세 주택을 찾거나 대출금을 보태 내 집 마련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월세화’ 추세가 더욱 빨라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유현 yhkang@donga.com·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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