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法 필요하지만 이대론 안된다]<3> 발등에 떨어진 불 “등심 1인분만 먹어도 3만원 훌쩍” 한우 선물세트 98%가 5만원 이상 수산물 매출도 年 1조원 줄어들듯 침체된 소비에 악영향 우려 커져… 유일호 부총리 “손실 집중땐 대책 강구”
이에 대해 농수축산업계와 외식업계는 “현실을 무시한 기준”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 축산업계 관계자는 “기준에 맞는 상품을 내놓기 어려울뿐더러 사람들이 김영란법 기준에 걸리는 상품들을 아예 피하게 되지 않겠느냐”면서 “이런 분위기가 확산되면 피해 규모가 늘어나고 망하는 업체가 쏟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 농수축산 직격탄
7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를 찾아 올해 초 설에 가장 많이 팔린 한우 선물세트를 분석했다. 등심 1kg과 국거리 1kg으로 구성된 세트가 20만 원이었다. 5만 원에 맞추면 국거리를 뺀 상태에서 등심의 3분의 1만 남았다.
갈비찜 3팩으로 이뤄진 세트는 16만 원, 1팩만 사도 김영란법 시행령 기준을 넘는다. 이 마트의 축산 바이어는 “이렇게 줄이면 선물로서의 가치가 없어져 세트로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굴비 10마리 한 세트는 10만∼12만 원. 5만 원 기준에 맞추려면 4마리 정도만 넣어야 한다.
김재만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 부회장은 “2015년 수협중앙회가 판매한 총 503개 명절 수산물 선물세트 중 5만 원 이상의 상품이 60%(302개)였으며 갈치는 92%, 전복은 80%가 5만 원을 넘었다”고 말했다. 수협은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선물 판매액의 60% 정도가 줄어 연간 1조12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우업계도 매출의 절반 이상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화훼업계도 걱정이 크다. 부조금(축의금)과 화환을 합쳐 경조사비가 10만 원을 넘으면 안 되므로 5만 원 이상을 부조금이나 축의금을 낸다면 화환은 안 보내거나 단가 5만 원이 안 되는 화환이 필요하다.
화훼업계에 따르면 10만 원짜리 화환의 원가는 인건비를 빼고 8만 원 수준. 선물 기준(5만 원)을 지켜야 하는 난 판매업체도 대책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난 농원을 운영하는 박춘식 대표(59)는 “제일 일반적인 10만 원짜리 동양란의 경우 한 화분에 꽂는 난의 재료비용만 5만 원 가까이 든다”며 답답해했다.
○ 외식업도 타격…정부는 “대책 찾겠다”
한우 고기를 파는 식당들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식당에서 파는 한우 고기 1인분 가격은 보통 2만∼3만 원. 음료나 식사를 시킬 경우 식사 접대 상한선인 3만 원을 훌쩍 넘는다.
비즈니스 목적으로 주로 이용되는 도심 중급 식당들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중구에 있는 A중식당 관계자는 “점심시간에 여러 번 테이블을 회전시킬 수 있는 일반 식당과 달리 비즈니스를 겸한 식사는 한 끼에 테이블당 한 팀밖에 받을 수 없다”면서 “임대료 등 고정비용을 맞추기 위해서는 테이블당 일정액의 매출이 필요한데 3만 원 이하짜리 메뉴로는 쉽지 않다”며 걱정했다.
정부는 김영란법이 가뜩이나 경기 침체로 위축된 소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외식업계 등 특정 업종에 피해가 집중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손실이 한쪽에 집중된다면 해당 업종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서민 대책으로라도 문제를 줄일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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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 김상겸 동국대 법무대학원 교수, 김용철 한국반부패정책학회장, 김주영 명지대 법학과 교수, 김현용 수산경제연구원 연구실장, 박재영 서울대 행정대학원 겸임교수,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안호상 국립극장장, 오영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경자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대표,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 이병규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재완 대진여고 교사, 임영호 한국화훼협회장,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이호재·김성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