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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선물 상한선 합리적 재조정을”

입력 | 2016-07-08 03:00:00

[김영란法 필요하지만 이대론 안된다]
총리실 산하 법제연구원 보고서 “시행령 따르면 법위반 양산 우려”
“허례허식 없앨 계기” 목소리도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현실과 괴리된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부패척결이라는 김영란법의 근본적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식대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이라는 기준을 현실에 맞게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7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법제연구원은 식사, 선물, 경조사비 상한선을 10만 원으로 통일하자고 제안했다. 법제연구원은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이다.

김정현 법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날 ‘김영란법의 주요 내용 및 쟁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김영란법은 공무원 행동강령과 달리 위반 시 과태료 처분 등 실질적인 제재가 따른다”며 “법 적용 대상과 일반인의 일상적인 식사, 경조사비 등이 법적 제재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하려면 기준 금액을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법의 안정적 시행을 위해서도 상한금액을 통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획일적으로 상한선을 정하는 방식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도 있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물가가 오를 때마다 시행령을 고칠 것인가”라며 “상한선을 합리적으로 책정하는 방안을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김용철 반부패정책학회장은 “3만 원, 5만 원 상한액은 대형 부패, 권력형 비리, 정관비리 해결과 관계가 없다. 본질과 무관하게 불편하게 할 뿐”이라고 말했다. 상한액 책정 자체가 음성적 거래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홍길 한국농축산연합회 운영위원(전국한우협회 회장)은 “선물을 받는 사람은 가격을 확인하기 어렵다”며 “가격 제한으로 인해 음성적인 금전 거래가 성행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물론 김영란법 시행을 국내 외식 및 유통업계 전반에 낀 거품을 제거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비즈니스로 만날 때 불필요하게 고급스러운 식사를 배제하고, 선물의 크기와 가격, 화환의 크기 등을 줄이면 우리 사회의 허례허식을 털어낼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법 취지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아마 없을 것”이라며 “다만 시행령이 얼마나 잘 정착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대로 일각에서는 사회통념상 심각한 뇌물, 로비성 제공으로 인정할 만한 높은 액수를 처벌 기준으로 제시하고, 그 이하의 액수에 해당하는 식사, 선물, 경조비라도 직무와 관련 있는 사람에게서 받을 경우 반드시 소속 기관에 자진 신고하게 하는 쪽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홍수영·박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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