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배우 마고 로비]기자와 평론가의 ‘사심 수다’
척 보면 모른다. 자세히 봐야 안다. 영화 ‘레전드 오브 타잔’의 제인(위쪽)과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할리퀸은 같은 배우다. 마고 로비는 선악을 이질감 없이 오가는 외모를 지녔다. 근데 총이건 칼이건 뭔가 무기를 지닌 점은 잊지 말자.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레전드 오브 타잔’은 워너브러더스코리아가 배급사. ‘수어사이드 스쿼드’(다음 달 4일 개봉)도 같은 회사니 예고편 트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이 두 작품, 여주인공이 같다. 그래, 다시 말하지만 마고 로비다.
같은 배운데 역할은 극을 달린다. ‘레전드…’에선 타잔의 영원한 그녀 제인 역을 맡았다. 청순하나 야무지고, 고전적인데 산뜻하다. 반면 ‘수어사이드…’에선 배트맨 숙적인 조커의 연인 ‘돌+아이’ 할리퀸으로 분했다. 섬뜩한데 매혹적이고, 괴기하나 짜릿하다.
▽정양환=일단 한마디. 그녀는 정말 예쁘다(feat. 여보, 사랑해).
▽김봉석=이런 여배우가 있었나 싶다. 성숙한 매력이 차고 넘치는데, 이웃집 소녀 같은 친근함도 지녔다.
▽정=옆집에? 설마. 호주에서 태어나 마침 데뷔는 2010년 자국 드라마 ‘네이버스(이웃들)’. 처음 맡은 역이 자유로운 영혼의 양성애자였단다.
▽김=빵 뜬 건 2014년 국내에 개봉한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부터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의 첫사랑 나오미로 나왔지. 비중 없는 역할인데 보는 이의 눈을 사로잡았다.
▽정=올 누드 연기 탓인가. 뉴욕타임스(NYT)와 만나 “정말 싫었지만 마틴 스코세이지 영화인데 누가 몸을 사리냐”며 요즘 한국 유행어로 반문했더라. ‘뭣이 중헌디(What outweighs what?)’라고.
▽김=자신의 가치를 올릴 줄 아는 영리한 배우다. ‘레전드…’를 봐도 그렇다. 원래 타잔에서 제인은 ‘민폐녀’다. 위험할 때마다 타잔이 구해줘야 하는. 허나 마고의 제인은 달랐다. 진취적 에너지가 가득하다. 타잔보다 더 인상적이다.
▽김=‘수어사이드…’도 마찬가지다. 사실 할리퀸은 DC코믹스의 메인 캐릭터가 아니다. 지적인 박사였다가 조커에게 현혹당해 미치광이로 변하는 주변인물이다. 그런데 예고편만으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요즘 먹히는 ‘걸 크러시(girl crush·동성인 여성도 반하는 이미지)’를 제대로 구현해냈다.
▽정=동일 인물 맞나 싶다. 일각에선 그의 등장으로 ‘할리우드 1990년생 4대 천왕’이 완성됐다고 하더라. ‘헝거 게임’ 제니퍼 로런스와 ‘해리 포터’ 에마 왓슨, ‘트와일라잇’ 크리스틴 스튜어트. 그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김=허나 제대로 4대 천왕이 되려면 ‘수어사이드…’의 성패가 매우 중요하겠다. 3명은 영화사에 남을 초대박 시리즈를 남겼다. 할리퀸 단독 영화도 나온다던데 지켜볼 필요가 있다.
▽정=미 연예잡지를 훑어보니 셋은 자산이 7000만 달러(약 808억 원) 안팎이다. 시리즈 마지막 출연료는 편당 1250만∼1500만 달러. 로비는 순자산 800만 달러에, 아직 편당 100만 달러 아래라더라. 그것도 우린 후들거리지만. 곧 그녀도 그 반열로 가겠지?
▽정=NYT 인터뷰에서도 “스턴트맨이 꿈이었지만 시간을 되돌릴 순 없다”고 말했다. 다음 작품은 직접 프로덕션을 차려 ‘토냐 하딩’을 연기한단다. 1990년대 인기 피겨스케이팅 선수였다가 라이벌 폭행을 사주했던 ‘은반의 악녀’ 말이다. 참 유별난 행보다. 잘되면 오스카도 거머쥔 로런스처럼 되지 않겠나.
▽김=두고 보면 알겠지. 현재 가장 눈에 띄는 ‘모든 걸 갖춘’ 배우임은 확실하다.
▽정=물 떠놓고 치성이라도 드릴까.
▽김=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게 연예인 걱정이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