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최대 명절 첫날 이집트 표정
히잡을 두른 이집트의 젊은 여성들이 이슬람 최대 명절인 이드 알피트르 첫날인 6일 새벽 기도를 마치고 아므르 모스크 안에서 셀카봉을 들고 셀카 삼매경에 빠져 있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카이로 시민 수만 명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메디나의 예언자 모스크 등 3곳에서 터진 연쇄 테러로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모스크에서 예배를 드렸다. 시민들은 이날 오전 5시 반부터 시작되는 명절 새벽기도에 참석하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집을 나섰다. 몰려든 인파 때문에 모스크 입구 650m 앞부터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남자들은 하얀 옷과 모자를 쓰는 이집트 전통의상 갈라베야를 갖춰 입었고 여자들은 형형색색의 히잡으로 멋을 냈다.
모스크에 들어가지 못한 이들은 미리 챙겨 온 카펫 또는 금색 비닐을 바닥에 깔고 메카 방향으로 엎드려 기도했다. 기도가 끝나자 도로 곳곳에 설치된 확성기에서 “오늘은 알라가 라마단 한 달 동안 고생한 여러분에게 상을 주는 날”이라며 라마단 종료를 축하하는 설교가 울려 퍼졌다. 노점상들은 풍선과 폭죽 등 축하용품을 판매했고 일부 남성은 라마단 기간의 노고를 풀려는 듯 한곳에 모여앉아 물담배(후카)를 피웠다.
이날 나일 강변과 카이로 도심 무한디신에도 새벽기도를 마치고 놀러 나온 인파로 떠들썩했다. 명절 첫날을 기다리며 밤을 꼬박 새운 이들은 ‘불타는 아침’을 보내고 낮부터 사흘 연휴 내내 집에서 휴식을 취한다.
이슬람 최대 명절의 첫날이지만 불과 이틀 전 이슬람 제2성지 사우디 메디나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 소식에 일부 시민의 얼굴엔 불안감이 역력했다. 아직 메디나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며 주장하는 단체는 없지만 이날 기자가 만난 카이로 시민은 모두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소행이라고 확신했다.
아므르 모스크 안에서 만난 관리인이자 성직자인 마흐무드 사라마 씨는 “예언자 무함마드는 ‘신을 믿지 않는 자가 죽임을 당해도 나는 늘 죽은 자 편에 서겠다’고 말하며 살인을 죄악시해 왔다”며 “꾸란에도 살인자는 지옥에 간다고 분명히 적혀 있는데 IS가 이젠 종교도 가리지 않고 테러를 저지르고 있다”고 규탄했다. 모스크 앞에서 만난 셰리프 씨는 “무함마드가 묻힌 예언자 모스크 테러는 IS가 극단적인 폭력 단체에 불과하다는 실체를 여실히 보여줬다”며 “IS는 치료가 불가능한 집단”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