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웨일스 꺾고 유로 결승에… 호날두 1골 1도움 부진 털고 이름값 R마드리드 동료 베일에 맞대결 승리… 본선 최다 9골 플라티니와 공동 1위
“두 선수의 경기가 아니라 두 팀의 준결승이다. 11 대 11의 싸움으로 봐 달라.”
웨일스의 개러스 베일(27)은 7일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 준결승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 공세에 이렇게 답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이미 레알 마드리드의 ‘BBC 라인’(카림 벤제마-개러스 베일-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을 이루고 있는 호날두와 베일의 대결로 좁혀져 있었다. ‘베일스-호르투갈’의 대결이라고 부르는 팬들도 있었다. 둘이 국가대표로 경기장에서 만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호날두를 앞세운 포르투갈은 이날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유로 2016 준결승전에서 돌풍의 팀 웨일스를 2-0으로 꺾고 12년 만에 결승에 진출했다. 유로 2004에서 그리스에 0-1로 지며 준우승에 머물렀던 포르투갈은 대회 첫 우승에 다시 한 번 도전할 기회를 잡았다. 포르투갈은 독일-프랑스의 4강전 승자와 11일 결승을 치른다.
이번 대회 8강전까지의 활약만 보면 베일은 호날두를 압도했다. 베일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모두 골을 넣었고, 북아일랜드와의 16강전인 ‘영국 더비’에서는 결승골이 된 상대 자책골을 유도했다. 반면 호날두는 헝가리와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2골을 넣은 게 전부였다. 폴란드와의 8강전에서는 잇단 헛발질로 결정적인 기회를 날리기도 했다. 호날두의 부진에 포르투갈은 이날 경기 전까지 이번 대회 5경기를 치르면서 한 번도 90분의 정규시간 안에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호날두는 0-0이던 후반 5분 코너킥 상황에서 올라온 공을 정확하게 헤딩골로 연결시켰다. 함께 뛰어오른 상대 수비수 제임스 체스터(27·웨스트 브로미치)보다 머리 하나가 더 높았을 정도로 점프력이 탁월했다. 호날두는 이 골로 미셸 플라티니(61·프랑스)가 갖고 있는 유로 본선 최다 골(9개)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호날두는 3분 뒤 도움까지 기록했다. 호날두가 페널티 지역에서 낮게 깔아 찬 공을 나니(30·발렌시아CF)가 살짝 방향을 바꾸며 추가골을 터뜨렸다. 포르투갈이 한 경기만 더 이기면 호날두는 리오넬 메시(29·아르헨티나)도 경험하지 못한 메이저 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