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열 사회부 기자
박근혜 정부 4년 차인 2016년 6월 ‘4년 차 증후군’은 똑같이 반복됐다. 여당은 청와대의 의중과 정반대로 유승민 의원 등 탈당 의원들의 조기 복당을 밀어붙였고 5년 전 당의 기습공격에 혼비백산했던 정 원내대표가 그 선봉에 선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청와대는 예정됐던 고위 당정청 회의를 전격 취소했다. 5년마다 반복되는 4년 차 증후군이라는 병명을 쉽게 설명하자면 ‘레임덕’ 전초 현상이다.
레임덕(lame duck)은 ‘날개에 총을 맞아 살아있기는 하지만 날지 못하는 오리’를 뜻한다. 미국에선 대선 직후부터 새로 당선된 대통령이 정식으로 취임할 때까지 3개월여 동안 현직 대통령이 겪는 국정공백 상태를 설명하는 용어로 많이 사용된다. 18세기 영국에선 파산한 사업가를 지칭하는 말로 쓰이기도 했다고 한다. 레임덕에 들어간 대통령은 이미 정치적 파산상태에 돌입했다는 얘기다.
그런 현상이 경찰 조직에서 가장 먼저 벌어지는 듯하다. 부산 학교전담경찰관 사건에 이어 인사고과 점수 때문에 사격 대리시험을 치르는 경찰관이 나오는가 하면, 현직 경찰관이 “폭발물이 설치됐다”고 경찰에 허위신고를 하는 해괴한 일도 벌어지는 등 잇단 기강해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경찰관 비행이 드러난다. 정권 4년 차뿐 아니라 경찰청장도 8월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경찰 내부에선 “이중의 레임덕을 겪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반복되는 레임덕 현상은 공직자들의 기본적인 민주주의 정치 교육의 결여 때문에 벌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 5년마다 바뀌는 대통령, 혹은 더 자주 바뀌는 장관이나 기관장이 아닌 정부의 진짜 주인이 자기 옆에 있는 한 사람의 시민이라는 걸 인식한다면 레임덕을 입에 올리기조차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최우열 사회부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