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공식선언] “사드 찬성 정치인 中입국 막고… 대북제재 검토 완화도 필요” 中, 당장 군사적 대응 않겠지만… 통관 강화 등 경제보복 나설 우려 러시아 “배치 반대”… 日은 “환영”
한국과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한반도 배치 결정에 중국이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한중관계는 당분간 시련과 도전의 시기를 맞게 됐다. 중국 외교부가 8일 한미 양국의 결정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히자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기다렸다는 듯 중국이 취할 수 있는 보복 조치를 예시하고 나섰다.
환추시보는 이날 오후 ‘사드에 반대해 행동이 있어야 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사실상 한국에 정치·경제적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사드가 배치되는 행정구역이나 배치에 참여하는 기업 그리고 서비스 기관과 다시는 경제 관계 및 교류를 하지 말고 그들의 제품이 중국 시장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사드 배치를 적극 지지하는 한국 정계 인사의 중국 진입을 막고 가족의 기업도 제재해야 한다”고 위협했다.
신문은 이어 “북한을 제재하는 것이 동북아에 미치는 영향을 다시 평가해 북한 제재와 사드 배치 후의 지역 균형을 다시 고려해야 한다”고 중국 정부에 제안했다. 한미의 사드 배치를 빌미로 북한에 대한 중국의 재재를 완화시켜야 한다고 주문한 것이다.
신문은 사설 머리에 “한미가 이날 사드 배치 결정을 발표한 것은 남중국해 관련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의 판결을 앞두고 중국 외교력이 남중국해에 쏠려 있는 것을 이용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공동으로 사드가 미칠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민해방군은 사드에 대해 미사일을 조준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까지 했다.
이에 앞서 중국 외교부는 이날 오전 11시 한국 국방부가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공식 발표하자마자 미리 준비한 성명을 홈페이지에 올리는 등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움직였다. 훙레이(洪磊)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의 안전과 전략적 이익에 손해를 주고 지역 정세를 복잡하게 만드는 사드 배치 절차를 즉시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드 배치에 대응해 앞으로 대사 초치 이외에 한국에 대한 추가 조치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사드 배치 절차 진행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고만 대답했다. 어떤 조치를 취하겠다고 대답하지는 않았지만 ‘추가 조치가 없을 것’이라고도 말하지 않은 것이다.
중국 당국은 일단 관영 매체를 통해 첫 단계의 ‘구두 협박’에 나선 뒤 한국 측의 반응을 떠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역시 정치·경제적으로 한국과의 관계 유지가 전략적으로 중요한 데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막는 방어용 무기인 사드 배치에 마냥 반대할 수 없다는 주장이 중화권 학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것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하지만 중국이 대중(對中) 수출 의존도가 26%에 달하는 한국의 경제적 취약성을 약점으로 삼아 한국 수출품의 통관 및 검역을 강화하는 등 경제 제재에 나설 가능성은 충분하다. 중국은 2000년 중국산 마늘 수입을 제한하자 한국산 휴대전화와 폴리에틸렌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대만에서 민진당 출신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집권한 뒤 본토 관광객이 30%가량 줄어든 것처럼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遊客·유커)을 줄이려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베이징=구자룡 bonhong@donga.com /도쿄=서영아 특파원 /주성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