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불의 여정/무함마드 아유브 지음/신해경 옮김/248쪽·1만3000원/아마존의나비 이스라엘-서방국의 개입으로 '아랍의 봄' 이후 분쟁 극화
이들에 대한 편견은 IS의 테러가 발생할 때 확고해진다. 지난해 11월 IS의 프랑스 파리테러사건 직후의 한국이 그랬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국내 이슬람교 본산(本山)인 서울중앙성원에서 만난 이행래 원로 이맘(이슬람 성직자)은 “IS는 무슬림이 아닌 범죄 집단”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무슬림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싸늘했다.
13만5000여 명의 이슬람 신자가 있다고 추산하는 우리 입장에서 이슬람 그리고 중동에 대해 깊이 이해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저자는 이슬람 종파 갈등이나 IS 같은 극단주의는 중동의 정치지형 가운데 주변부를 차지한다고 본다. 전략적으로 맺어진 이란과 시리아의 동맹은 이슬람이 종파에 비교적 관대하다는 걸 보여준다. 종파가 중동 분쟁의 주요 이유였다면 시아파의 분파지만 이단(異端)으로 취급받는 알라위파가 집권하는 시리아, 시아파 주류가 집권하는 이란의 동맹은 불가능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극단주의도 마찬가지다.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의 알카에다 침공과 오사마 빈라덴의 사살 등은 결과적으로 테러집단이 전과 같은 영향력을 발휘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아랍의 봄’ 이후 민주국가 건설에 실패한 리비아, 예멘 등 국가의 무정부 상태가 이슬람 극단주의가 활개 칠 틈을 제공하면서 극단주의가 마치 중동 문제의 원인처럼 비칠 뿐이다.
그렇다면 분쟁의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저자는 중동에 국가를 세운 이스라엘과 뒤를 봐주는 미국, 그리고 이해관계가 얽힌 서구 국가들이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오랜 갈등, 이란과 이스라엘의 핵 개발에 따른 안보 위협 증가 등으로 가뜩이나 불안정했던 이곳에서, 이스라엘과 미국, 서구 국가들의 직간접적 개입으로 인해 ‘아랍의 봄’ 이후 군부정권이 무너진 국가들의 혼란이 야기돼 분쟁이 극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해결의 실마리 또한 중동 국가들을 ‘악의 축’으로 규정해 지목하기보다 이들로부터 찾아야 하는 이유다. 소논문 마지막 문구에서 저자는 중동 문제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좀 더 객관화하길 권장한다.
“종파적 분리가 중동에서 벌어지는 분쟁들의 주된 원인이라고 사고하는 틀을 빨리 벗어던질수록 우리는 이 지역에서 정말로 분쟁을 이끌어내는 것은 무엇이며 거기서 누가 이득을 보고 있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