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 확산에 철강 직격탄
미국이 진행 중인 한국산 철강 수입 규제는 이뿐이 아니다. ITC는 다음 달 냉연강판과 강벽사각파이프, 12월 인동(구리모합금), 내년 4월엔 철강 후판에 대해 산업 피해를 최종 판정할 계획이다.
10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대(對)한국 수입 규제 184건 중 철강·금속 제품은 90건으로 전체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무역보호주의 확산에 있어서 이토록 ‘철강’이 집중 포화를 맞는 까닭은 무엇일까.
한국산 철강·금속 제품 수입 규제가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19건)이다. 이에 대해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 정치권이 철강 업계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비슷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2002년 2월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철강업계의 요구에 따라 철강 제품에 대한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발동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듬해 세계무역기구(WTO)로부터 수입제한조치가 부당하다는 판정을 받아 철회했다. 경쟁력 약화를 규제로 맞섰던 것이다. 그런데도 당시 미국 철강업계는 세이프가드를 유지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제출하는 등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치권을 연이어 압박했다.
최남석 전북대 무역학과 교수는 “현재도 미국 정치권이 ‘자국 산업을 보호해 고용을 늘려야 한다’는 유권자 의견을 무시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선거를 앞두고 철강 노동자가 많은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주 등의 표심을 의식하고 있는 것이다.
철강업계가 정치권에 강한 입김을 불다 보니 수입이 필요함에도 규제가 들어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 적도 있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북미 셰일가스 개발 붐으로 유정용 강관의 수요가 늘면서 미국이 중국, 한국 등에서 수입을 많이 했는데 2014년 반덤핑 관세를 부과 받았다”며 “미국 내 공급이 적었음에도 철강 업계의 견제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