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영자 마인드로 일해 봤자 좋은 건 사장뿐이다.―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히노 에이타로·오우아·2016년) 》
남자치곤 뽀얀 피부와 날렵한 턱선으로 대학생 때 꽤나 인기가 많았던 친구 A 군. 하지만 잦은 야근과 회식으로 점철된 4년간의 회사생활은 그의 눈에 진한 다크서클을 남겼고 둥글둥글한 턱선을 만들었다. ‘책상에 오래 앉아 있는 학생이 공부를 잘하는 것처럼 회사에서도 늦게 퇴근하는 것과 승진은 비례한다’, ‘난 너만 했을 때 자발적으로 주말에 나와 근무했다’는 말에 야근도 많이 하고 회식에도 빠지지 않았지만 돌이켜 보면 후회밖에 남지 않는다. 봉급은 매년 그대로고 야근, 주말 수당도 잘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항상 입에 ‘피곤하다’는 말을 달고 산다.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는 A 군과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는 대한민국 직장인들이 공감할 만한 책이다. 기업에 다니다 지금은 그만둔 1985년생 저자는 종업원에 대한 보상을 늘리지 않고 ‘보람’ ‘성장’이라는 말만으로 일을 더 시키는 회사의 행태를 꼬집는다. 이런 말은 평생고용과 정년퇴직이 보장됐던 아버지 세대 때나 통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다. 지금 청년들은 언제 회사를 떠나야 할지 모른다. 이런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회사에 맹목적 충성을 바치는 직원을 저자는 ‘하치코(세상을 떠난 주인을 계속 기다린 일본의 충견)형’이라고 명명했다.
이 책을 읽을 때에는 20년 넘는 경기침체와 저성장에 좌절한 31세 일본 청년이 쓴 책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일본 청년들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이 책이 한국 젊은이들의 관심을 끄는 이유에 우리 사회와 기업들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