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法 필요하지만 이대론 안된다]“정간물 내면 언론사” 임직원 규제
권익위 “사외보 발행기업도 언론” 잡지 발행 출판사도 대상 될수도
A대기업은 최근 30년 이상 발행해온 사외보를 폐간했다. 한때 20만 부까지 고객에게 발송하던 사외보를 계속 낼 경우 발행인인 최고경영자(CEO) 등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대상인 언론인으로 분류돼 기업 활동에 큰 제약이 온다고 판단한 것이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9월 28일)을 앞두고 기업들이 사외보를 폐간하거나 폐간을 검토하고 있다. A대기업의 법무담당자는 “면밀히 검토한 결과 정기간행물로 등록한 사외보를 계속 펴내면 발행인과 관련 임직원은 언론인, 기업은 언론사가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대부분의 기업이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영란법은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에 준해 언론사를 규정한다. 방송사업자, 신문사업자, 잡지와 정기간행물사업자 등이 언론사다. 기업 등이 발행하는 사외보는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등록해야 하는 정기간행물이기 때문에 언론으로 분류될 수밖에 없다. 같은 이유로 계간지, 잡지를 발행하는 출판사도 적용 대상이 된다. 지난해 말 현재 문체부 등에 등록된 정기간행물은 총 1만8692종이다.
권익위는 지난해 3월 법이 통과될 때 이런 문제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여야 의원들이 검토 없이 언론을 막판에 대상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사외보 때문에 일반 기업이 언론사가 된다는 건 황당한 일”이라며 “혼란을 막으려면 법규의 기준을 최대한 명확히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우경임·백연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