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기자 2인 ‘탈출카페’ 도전기
서울 서초구에 있는 한 탈출카페에서 ‘파이어맨’ 방 탈출을 시도하고 있는 기자들. 주어진 시간 안에 소방복을 입고 대원의 심리를 추리하는 등 자물쇠 비밀번호를 풀 단서를 방 곳곳에서 찾아보지만 탈출까지의 여정은 쉽지 않았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지난해 5월부터 서울 강남, 홍익대 앞, 신촌을 중심으로 번져 나간 탈출카페는 전국에 150여 곳이 생겼다. 2∼5명의 친구나 직장동료가 결속을 다지기 위해 찾거나 ‘남자가 멋져 보일 기회를 준다’는 입소문이 돌며 필수 데이트 코스로 자리 잡았다. 서울 명문대를 나온 문화부 미혼 남녀 기자가 탈출카페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 추리 문외한이 단번에 풀 수 있을까
‘파이어맨’은 소방관이 된 도전자가 화재 현장으로 출동해 인명을 구하고 탈출하는 방. 지금까지 도전자 중 약 30%가 성공했다. ‘머더 제인’은 의문의 살인마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 탈출해야 하는 음산한 분위기의 방이다. 성공률이 10% 미만일 정도로 난도가 높다.
첫 도전 대상은 ‘파이어맨’ 방. 서랍마다 힌트처럼 보이는 표식이 있고 서랍은 자물쇠로 잠겨 있다. 제한시간 60분 중 20분가량 표시의 의미를 몰라 우왕좌왕했다. 힌트는 벽면의 그림이었다. 그림에서 추리한 비밀번호로 자물쇠를 열 수 있게 되자 단서가 꼬리를 물며 다음 문제도 풀기 수월해졌다. 하지만 60분은 짧았다. 10개가 넘는 자물쇠 중 해독한 자물쇠는 6개. 그래도 ‘처음치곤 좋다’고 자평하며 다음 ‘머더 제인’ 방에서 심기일전해 보기로 했다.
‘머더 제인’ 방은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벽을 더듬거려 간신히 스위치를 켰는데 음산하고 충격적인 방 풍경에 ‘꺄∼악’ 하는 비명이 저절로 나올 정도였다. 잠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문제 풀기에 도전했다. 이전 방에서의 학습효과 덕에 5분도 안 돼 첫 자물쇠를 풀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단시간에 너무 많은 문제를 접해서인지 집중력이 저하되며 문제 푸는 속도가 느려졌다. 폐쇄회로(CC)TV로 이를 지켜보던 카페 상황실에서 힌트를 제공해주며 독려했지만 무용지물. 자물쇠를 네 개만 푼 뒤 쓸쓸하게 방을 나왔다.
예상보다 어려웠다. 숫자 문제는 물론이고 난센스까지 동원해야 하는 등 문제 해결 방법이 다양해 탈출카페 초보들은 단번에 미션을 수행하는 게 어려워 보였다. 실제 이야기의 주인공이었다면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탈출카페 컨설팅을 하고 있는 ‘RS PROJECT’의 노영욱 대표는 “도전 욕구를 자극할 만한 어려운 문제와 각 방마다 다른 서사가 있기에 몰입할수록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비싼 돈(1인당 2만 원)을 내고 굳이 비좁은 방에 갇혀 머리 쓰는 게임을 하는 것이 인기 있는 이유는 뭘까.
연세대 의대 정신과학교실 남궁기 교수는 “인간은 높아진 긴장감이 일순간 해소될 때 강한 쾌락을 느끼는데, 탈출카페에서는 이런 과정을 집약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방을 나온 두 기자는 무거운 머리를 잡고 약속이라도 한 듯 “아, 당(糖) 당긴다”며 카페 출구에 비치된 막대사탕을 집어 들었다.
김배중 wanted@donga.com·이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