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수 4명의 반복동작 속에 내림굿과 장구-징 연주 포함 한국과 유럽 샤머니즘의 첫 만남
60분간의 공연 중 30분 동안 무용수들은 쉼 없이 반복적인 동작을 계속한다. 마치 기계처럼. 한 무용수는 “이런 극한의 작업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Mok Jinwoo 제공
국립현대무용단과 벨기에의 리에주 극장이 공동 제작한 ‘나티보스’가 15∼17일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세계 최초로 무대에 오른다. 한국 무용수 4명(박재영 임종경 유용현 최용승)과 함께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벨기에에서 활동하고 있는 안무가 애슐린 파롤린(40)이 안무를 맡았다. 그는 현재 유럽 현대무용계에서 가장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내는 안무가로 꼽힌다. 현대무용계의 혁명가였던 피나 바우슈(1940∼2009) 기념 재단이 올해 선정한 4명의 펠로십 대상자로도 뽑혔다.
韓-벨기에 공동제작… 무용극 ‘나티보스’ 안무 애슐린 파롤린 안무가 애슐린 파롤린은 이번 작품에서 남성 무용수 4명 중 2명에게 여성 옷을 입혔다. 파롤린은 남과 여의 대비를 명확히 하기 위한 의도였다고 설명 했다.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제 작업 방식은 정형화돼 있지만 돌발적이고 미친 면이 있어요. 이런 면이 한국의 정서와 유사한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작품에서는 한국의 내림굿을 넣었고 장구와 징 등을 연주하면서 소리까지 하는 한국인 연주자(여성룡)도 포함시켰어요.”
그는 한국인 무용수들의 장단점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무용수들이 주어진 역할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움직임도 정교해요. 다만 내면을 드러내는 데 주저하는 것 같아요. 한국 특유의 교육 때문인 것 같은데 굳이 비교를 하자면 한국은 기술적인 면을 강조하고, 유럽은 개성을 강조하는 것 같아요.”
서울 공연 이후 이 작품은 11월 프랑스를 시작으로 벨기에, 이탈리아 등 10여 개 국가에서도 공연이 예정될 정도로 유럽에서도 기대가 높은 작품이다.
“저는 현재를 더욱 잘 이해하기 위해 항상 전통으로, 제의로, 과거로 돌아가려고 해요. 우리가 사는 지금 이 자체가, 매일 일하고 생활하는 모든 것이 제의일 수 있기 때문이죠. 그것을 춤으로 표현하고 싶어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