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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강남역 살인은 여성혐오 아닌 조현병 탓”

입력 | 2016-07-11 03:00:00

檢, 구속 기소… 전자발찌 부착 청구… 약자 상대 묻지마 폭력땐 구속수사





‘강남 화장실 살인 사건’은 범행 이틀 전 한 여성이 범인의 신발에 던진 담배꽁초가 범인의 감정을 폭발시켜 살인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김후균)는 5월 17일 서울 서초구의 한 남녀 공용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김모 씨(34)를 구속 기소했다고 10일 밝혔다. 또 재범 방지를 위해 김 씨에 대한 치료감호와 위치추적 전자발찌 부착 명령도 함께 청구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은 여성 혐오가 아닌 피의자의 정신질환에 의한 것”이라며 “조현병(정신분열) 환자인 김 씨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결론지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는 2009년부터 조현병 진단을 받고 6차례 입원 치료를 했지만 환청과 피해망상 등의 증세에 계속 시달렸다. 목욕과 세수, 양치를 잘 하지 않아 가족과 주변 사람들로부터 청결상태를 수차례 지적을 받아왔던 그는 어느 순간부터 여성들이 자신을 견제하고 괴롭힌다는 착각에 빠져 여성에 대한 반감과 불만을 가져온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1월 병원에서 퇴원한 김 씨가 약물 치료를 중단하면서 증상이 악화된 것도 간접적 원인이 됐다고 보고 있다. 특히 사건 이틀 전 “공터에서 한 여성이 나에게 담배꽁초를 던졌다”고 진술한 김 씨는 자신에게 피해를 주는 여성들로 인한 스트레스와 분노를 해소하려고 공용 화장실을 이용하는 여성을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해당 사건의 진위를 판단할 수는 없지만 김 씨의 감정을 폭발시켜 살인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 제기된 ‘여성 혐오’ 논란에 대해 검찰은 “여성에 대한 무차별적 편견이나 여성을 없애야 한다는 신념 체계를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선을 그었다. 김 씨가 수년 전 교제한 여성이 준 편지를 간직하고 있고, 휴대전화에서 성인물을 접속한 기록이 발견되는 등 외려 여성에게 흥미를 갖고 있었다는 것. 검찰은 범행 전에 얻게 된 피해망상 때문에 여성에 대한 반감과 공격성을 갖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강남 살인사건’과 맞물려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 종합대책도 내놓았다.

대검찰청 강력부(부장 박민표 검사장)는 10일 여성, 장애인, 노인, 아동 등을 대상으로 폭력범죄를 저지를 경우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는 내용의 처벌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폭력사범 삼진아웃제’도 시행할 계획이다. 검찰은 △특별한 범행 동기 없이 △술 취한 상태에서 △사회적 약자에게 4주 이상의 폭행치상 등을 입힐 경우 초범이거나 피해자와 합의했더라도 원칙적으로 구속한다고 밝혔다. 또 3년 이내 두 차례 이상 집행유예 이상의 전과를 지닌 폭력전과자가 재범할 경우 예외 없이 구속 수사할 방침이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