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중국 지도부의 권력 투쟁을 파헤치거나 인권 상황을 비판하는 책을 팔아온 홍콩 섬 ‘퉁뤄완(銅(나,라)灣·코즈웨이베이) 서점’ 관계자 5명의 실종 사건이 홍콩의 일국양제를 시험하고 있다. 태풍의 눈에는 서점 점장 린룽지(林榮基·람윙키·61) 씨가 있다.
린 씨와 서점 모회사의 주주이자 이사인 뤼보(呂波), 업무 담당 경리 장즈핑(張志平) 씨와 서점 직원 구이민하이(桂敏海) 씨 등 4명이 지난해 10월 광둥 성 선전과 태국 파타야 등에서 갑자기 ‘실종’된 게 사건의 발단이었다. 이어 지난해 12월 30일 서점 대주주인 리보(李波) 씨가 홍콩에서 사라지면서 ‘서점 관계자 실종 사건’은 비로소 세상에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14일 실종 8개월 만에 홍콩으로 돌아온 린 씨가 그동안 자신이 어떻게 중국 당국에 억류됐고, 조사받았는지 폭로했다. 린 씨는 특히 리보 씨가 홍콩에서 중국 당국에 연행됐다고 밝혀 중국이 ‘홍콩기본법’을 위반했는지가 논란이 됐다. 홍콩에서는 항의 시위도 이어졌다.
린 씨는 자신의 여자친구를 만나러 중국 선전에 갔다가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한 채 연행돼 조사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점 고객 명단이 들어있는 하드디스크를 가지고 오는 조건으로 석방돼 홍콩으로 왔지만 중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거부했다면서 “홍콩의 자유와 관련된 문제이자 일국양제 위반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이 말에 린 씨는 일약 일국양제 수호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린 씨를 연행해 조사했던 저장 성 닝보 시 공안당국은 급기야 5일 린 씨가 대륙으로 돌아와 조사받지 않으면 형사 처벌에 나설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린 씨는 며칠 전부터 누군가로부터 미행당하고 있다며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 린 씨는 홍콩 반환일인 1일 열린 민주화 요구 행진에도 참여하지 않고 경찰의 보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공안이 대륙으로 돌아와 조사를 받으라고 요구하고 있는 ‘피의자’를 홍콩 경찰이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홍콩이 중국의 보이지 않는 압력에도 린 씨를 계속 보호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중국 당국과 린 씨 개인 간 문제로 시작된 이번 사건에 홍콩 당국도 개입되면서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렁춘잉 홍콩 행정장관은 5일 앞으로 홍콩이나 중국에서 상대방 주민을 형사 조사하는 경우 14일 내로 통보해 주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발등의 불인 ‘린 씨 신병’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이 없었다.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