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1일 ‘광복절 특별사면’과 ‘대구공항 통합 이전’ 카드를 동시에 꺼내 든 것은 ‘국민 통합’에 방점이 찍혀 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등 경제 여건이 악화되면서 민심이 술렁이는 데다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과정에서 빚어진 TK(대구경북) 내부의 갈등이 여전히 봉합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다독여 통합을 이끌어냄으로써 임기 후반기 국정 운영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기조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8일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의원들의 청와대 오찬에서 정진석 원내대표가 특별사면 실시를 건의하면서 특사에 대한 논의는 본격적으로 진행돼 왔다. 정치권에서는 특사 찬성 목소리가 우세했지만 청와대는 신중했다. 일부 참모는 전날 밤까지도 “박 대통령이 사면을 자주 하는 것을 꺼려왔기 때문에 올해 특사가 이뤄질지 단정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사면권 남용’이란 비판이 나올 것을 감수하고 특사를 결정한 건 안보와 경제의 이중 위기로 고통 받는 국민을 단합시킬 계기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라는 게 정치권 관측이다. 박 대통령이 1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특사와 관련해 “희망의 전기” “재기의 기회”라는 표현을 쓴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침체된 사회 분위기 일신을 위해 특사가 필요하다는 정치권과 여론의 목소리를 대통령이 수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당시 ‘K-2 공군기지 이전 추진’을 공약했지만 영남권 신공항 논의 과정에서 대구공항 이전 논의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였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박 대통령이 공약을 지킨다는 의미도 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하지만 광주, 수원 등에서도 군 공항 이전 요구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대구공항 이전이 먼저 이뤄지는 것에 대해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경제성,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대구 군·민간 공항을 한꺼번에 옮기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지역 발표를 앞두고 유력한 후보지로 언급되는 경북의 반발을 감안한 방안이라는 시각도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사드 배치 후보지를 둘러싼 국내 갈등에 대해 “안보와 북한의 도발에 관련된 사안은 우리가 흔들리지 않고 하나로 단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를 믿어 달라”고 호소했다.
아울러 구조조정의 여파로 민심 이반이 우려되고 있는 울산, 경남 거제와 관련해선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이 상생하는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지역 대표가 참여하는 ‘조선업 희망센터’의 설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여권 지지 기반의 또 다른 한 축인 PK(부산경남)를 달래기 위한 발언으로 보인다.
북한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인권 문제에 집중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미국이 최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을 인권 유린 혐의로 제재 대상에 올린 것을 언급한 뒤 “이번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아셈)와 향후 유엔을 비롯한 다자 협의체에서도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룰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