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파문 나향욱 교육부 기획관, 국회 교문위 출석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대국민 사과를 하며 자신도 사퇴 의사가 있음을 내비쳤다.
○ “국정교과서 여론조사 결과 바뀌는 것을 보고…”
시선 집중 경향신문 기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민중을 ‘개돼지’라고 비하해 물의를 빚은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앞줄 가운데)이 1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 발언대에 서자 취재진 카메라를 비롯한 의원들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야당 의원들은 나 기획관의 해명 자체도 적절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은 “오늘 대답이 더 국민의 공분을 산다”며 “그러면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가지고 논란을 벌이다 그런 얘기를 했다는 것이냐”고 쏘아붙였다. 새누리당 의원들도 발언이 적절치 않았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전희경 의원은 “언론을 통해 소개된 발언 내용은 어떤 국민도 용납하기 어렵다”며 “차마 입에 옮기기도 민망할 정도”라고 했다.
문제의 식사 자리에서 ‘민중’을 99%로 규정하고 자신은 “1%가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한 발언이나,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발언은 “그렇게 말을 한 기억이 없다”고 했다. 국민의당 이동섭 의원이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하지 않고 어떤 형태로든 창설할 수 없다’는 헌법 11조를 위반했다”고 따지자 나 기획관은 “우리나라 사회가 미국처럼 점점 신분 사회가 고착되는 것 아니냐고 얘기하고 싶었다”고 해명했다. 새누리당 이종배 의원이 “구의역 사고에 대해 ‘우리 자식이 아니지 않으냐, 그렇게 말하는 것은 위선’이라고 발언했느냐”고 묻자 나 기획관은 “마음은 아픈데, 내 애가 죽은 것과 같지 않을 것 아니냐는 식으로 말하려고 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새누리당 이은재 의원이 “공무원으로서 무엇을 잘못했는지 정확히 사과하라”고 하자 나 기획관은 “여러 가지 기사 댓글을, 지난 며칠간 잠을 못 자고 보면서 정말 잘못했구나…”라고 하면서 울먹이다 “국민들께도 죽고 싶을 정도로 죄를 지었다”고 말했다.
○ 이준식 사회부총리 “나도 사퇴 생각하고 있다”
더민주당 도종환 의원이 “책임을 지고 교육부 장관이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하자 이 부총리는 “저도 그 부분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자신의 사퇴 가능성까지도 내비친 것이다. 나 기획관이 즉각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은 여당에서도 나왔다.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이 “본인이 직을 사퇴하겠다는 생각을 안 해 봤느냐”고 묻자 나 기획관은 “사퇴하고 싶다는 생각은 했다. 알아봤는데 (조사 중인) 지금은 사표를 내도 수리가 안 된다고 한다”고 말했다. 인사위 조사를 거치도록 돼 있다는 것이다.
앞서 이날 오전에는 나 기획관의 출석 문제를 놓고 한때 회의가 파행되기도 했다. 이 부총리가 “나 기획관은 심신 상태가 물리적으로 어려운 상태라고 그래서 지방의 본가(경남 창원)에 내려가서 요양하고 있다고 보고받았다”고 하자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나 기획관은 “어머니가 걱정을 많이 해서 내려갔다 왔다”고 해명했다. 여당은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대한 결산을 먼저 진행하자고 했지만, 야당 측이 나 기획관이 출석하지 않으면 회의를 이어갈 수 없다고 맞서면서 정회됐다가 4시간이 지나 회의가 속개됐다. 나 기획관에 대한 질타는 이날 오후 11시경까지 이어졌다.
송찬욱 기자 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