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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반대 만만찮아… 아베 첫 언급은 “미래 이끌 경제정책”

입력 | 2016-07-12 03:00:00

[우경화 날개 단 아베정권]<1>60년만에 기로에 선 ‘평화헌법’




일본 아사히신문은 11일 사설을 통해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 등 ‘개헌 세력’이 개헌 발의 정족수 이상을 확보한 전날 참의원 선거를 역사적인 선거였다고 평가했다. 1956년 자민당이 당시(黨是)로 ‘헌법 개정’을 내건 이래 당시 사회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 세력이 60년간 유지해 온 3분의 1 개헌 저지선을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 자민당 60년 숙원 푼 아베 총리

1946년 공포된 이래 단 한 번도 개정되지 않은 일본의 평화헌법을 손보는 것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비롯한 일본 보수 세력의 비원(悲願)이었다. 아베 총리는 2012년 12월 집권 이래 수시로 전쟁 및 무력 사용을 금지한 평화헌법 9조 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앞서 집권 자민당은 2012년 4월 헌법개정안 초안을 내놓았다.

아베 총리가 개헌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외할아버지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재임기간 1957∼1960년) 전 총리의 유지(遺志)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기시 전 총리는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 용의자로 체포돼 3년간 수감 생활을 했다. 평생 일본의 침략 전쟁이 ‘틀리지 않은 전쟁’이었다고 생각했고, 미국의 점령 정책 결과물인 평화헌법에 대해 “일본인의 손으로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는 신념을 버리지 않았다.

미국의 상대적인 국력 약화와 중국의 부상이라는 국제질서의 변화에 대응한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아베 총리는 미일 동맹을 글로벌 동맹으로 확대해 억지력을 강화한다는 노선을 취하면서 집단적 자위권을 보강한 안보법제를 개정했지만 실제로 전쟁이 가능하려면 군대 보유와 무력행사를 금지한 헌법 9조를 개정해야 한다.


○ 헌법 9조 개헌 앞길 순탄치 않다

연립여당을 포함한 ‘개헌 세력’이 중의원과 참의원 모두에서 발의 정족수를 확보했지만 개헌까지의 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투표에서 과반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각종 여론조사에서 아베 정권이 추진하는 개헌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긍정적인 여론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헌법 9조 개정에는 반대 목소리가 아주 강하다. 개헌안을 발의했다가 국민투표에서 부결되면 정권에 역풍이 불 수 있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아베 총리는 매우 신중한 자세다. 아베 총리는 11일 기자회견에서 “개헌까지의 길은 간단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헌법 개정까지 가려면 먼저 여야가 국회 헌법심사회의에서 논의해 어떤 조문을 어떻게 손을 댈 것인지 구체화하고 이를 심화시켜야 한다. 그 뒤 중의원과 참의원 양원에서 3분의 2 이상 발의를 거치면 결정은 국민투표에서 하게 된다”며 우선은 9월 임시국회에서 헌법 심사위원회 가동을 서둘 생각임을 밝혔다.

전날 다른 방송 인터뷰에서도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바꾸는 내용을 담은 집권 자민당 헌법개정안 초안대로 헌법을 개정하는 것에 대해 “어렵다”고 밝혀 향후 여론 동향을 고려해 개헌의 눈높이나 속도를 조절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 여론 감안한 ‘2단계 개헌론’ 솔솔

아베 총리가 헌법 9조 논의는 뒤로 미루고 대규모 재해 때 총리 권한을 강화하는 ‘긴급사태’ 조항과 환경권 조항 신설 등 여론의 거부감이 적은 내용을 중심으로 개헌의 물꼬를 틀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여당 내에서도 우선 가능한 조항을 바꾸고 헌법 9조는 상황에 따라 나중에 손보는 ‘2단계 개헌론’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연립여당 내에서도 개헌에 대한 생각에 차이가 있다. 공명당은 헌법 9조 개정에 부정적이다. 공명당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도 “공명당은 헌법 9조를 개정하려는 게 아니다. 개헌을 말하더라도 자민당과는 시각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반면 개헌 저지선 확보에 실패한 민진당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대표는 10일 방송에서 “헌법심사회를 움직이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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