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류중일 감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삼성 류중일 감독은 12일 포항 롯데전을 앞두고 선수단 미팅을 소집했다. 10일 충격의 꼴찌로 떨어진 이후 첫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을 모은 것이다. 류 감독은 “아직 포기하긴 이르다. 빠진 선수가 많지만 5년 연속 정규시즌 1위를 한 팀의 자부심을 갖자”고 선수들을 격려했다.
집권 5년 동안 정상을 지켜온 감독으로서 지금 이 상황을 류 감독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았다. 10일 밤 패전 직후 대전에서 대구로 넘어온 뒤 11일 오전까지 집에서 쉬었다. 그러나 편히 쉰 시간은 결코 아니었다. 인터넷으로 삼성 기사를 찾아봤다. 안 좋은 뉴스와 댓글이 쏟아졌음에도 의도적으로 외면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11일 오후 선수단과 포항으로 넘어왔다. 이틀 밤 동안 잠이 잘 오지 않아 수면제까지 복용했다. 마음이 아프니 몸도 반응해 몸살 기운까지 몰려왔다. 류 감독은 “내 몸이 내 몸이 아니다”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포항구장 1루 덕아웃에서 취재진과 인터뷰 중에 사진기자가 카메라를 갖다대자 삼성 류중일 감독은 “찌푸린 얼굴 찍으면 뭐하겠나?”라고 허탈할 웃음을 지었다. 그러더니 “웃는 모습이 찍히면 이 상황에 웃음이 나오느냐고 또 욕을 먹는다. 어떡해야 되나? 차라리 나를 찍지 말아 달라”라고 고개를 저었다.
롯데를 맞아 3회초까지 0-3으로 밀릴 때까지만 해도 벤치의 류 감독 얼굴은 붉어졌다. 그러나 3회 동점을 만들었고, 4회 우동균의 홈런으로 역전했다. 5회 4점을 추가해 쐐기를 박았다. 그럼에도 류 감독은 선발 차우찬을 7회 2사까지 끌고 갔다. 차우찬은 131구를 던졌다. 올 시즌 최다 투구수였다. 불안한 불펜에 기대지 않고, 최대한 믿는 선수를 끌고 간 것이다. 류 감독은 “차우찬은 100구가 넘어가면 구위가 더 올라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게 삼성은 8-4로 경기를 끝내고 힘겨운 1승을 챙겼다. kt가 넥센에, 한화가 LG에 패해 이틀 만에 탈꼴찌를 해냈다. 꼴찌에서 일약 8위로 올라간 데 대해 류 감독은 딱히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선수들이 꼴찌까지 떨어지자 굴욕감을 느낀 것 같다. 이제부터 돌아올 선수들이 많으니까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포항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