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메이 시대’ 개막]메이 정부 정책방향-내각 구성은?
테리사 메이 신임 영국 총리는 12일(현지 시간) 짙은 회색 바지 정장에 호피 무늬 구두를 신고 다우닝가 10번지 총리실에 들어갔다. 내무장관 자격으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주재하는 마지막 각료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하루 뒤인 13일 저녁 같은 장소에 들어가는 그의 신분은 총리로 달라진다.
메이는 11일 신임 총리로 확정된 후 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는 EU 탈퇴를 위한 투표일 뿐 아니라 진지한 변화를 위한 투표였다”고 말했다. 이어 “EU에 남기 위한 시도나 은밀한 거래를 통한 EU와의 재결합 시도, 재투표는 없을 것”이라며 EU 탈퇴를 분명히 했다.
메이는 변화와 통합을 내세웠다. 첫 시험대는 15일로 예상되는 새 내각 구성이다. 보수당 통합을 위해 자신이 속해 있던 EU 잔류파가 아닌 탈퇴파들을 대거 기용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과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 앤드리아 레드섬 에너지차관을 내각에 합류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영국 언론들은 전망했다. 다만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 사람 모두 야망과 악감정으로 리더십이 무너진 상황이 변수”라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EU와 탈퇴 협상에 나서는 자리에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EU 탈퇴론자들을 전면에 배치할 가능성이 높다.
메이는 사회통합을 명분으로 좌클릭된 정책을 연일 발표하고 있다. 근로자와 소비자를 기업의 이사회에 의무적으로 포함시키도록 한다는 구상을 밝혔는데 FT는 상시 근로자 2000명 이상 기업의 경우 이사회의 절반을 노동자로 꾸려야 한다는 독일의 자본주의를 본뜬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밖에 △기업들 간에 약탈하듯 이뤄지는 인수합병(M&A)을 제한하고 △임원들의 보수를 정하는 데 주주들이 참여하며 △노동자와 기업가들의 임금 격차를 줄이자는 것이 메이가 주장하는 구상의 큰 뼈대다.
“내가 이끄는 보수당은 완전히, 전적으로 평범한 노동자들을 위한 당이 될 것”이라는 메이의 비전에 일각에서는 노동당 당수 에드 밀리밴드의 발표를 연상시킨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리더십이 붕괴된 노동당의 지지층까지 흡수하려는 메이의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영국과 브렉시트 협상을 해야 하는 유럽 지도자들은 메이가 쉽지 않은 협상 파트너가 될 것으로 본다. 하지만 메이의 총리 확정 소식에 파운드화의 가치는 올라갔고, 유럽과 영국 증시도 이틀 연속 반등세를 이어갔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