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특사에 대구공항 이전… 유승민 지역구 숙원사업 해결
‘정치기반’ TK 민심 끌어안아… 일각 “레임덕 막기 위한 승부수”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까지만 해도 자신감이 있었다. 충분히 레임덕(권력누수)을 막고 임기 마지막까지 정국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4·13총선 이후 모든 상황이 달라졌음을 느낀 것 같다.”
여권 관계자는 12일 박 대통령의 ‘변화’를 두고 이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은 전날 대구 K-2 공군기지와 민간 공항을 통합 이전하는 대구 지역 최대 숙원사업 해결을 약속했다. 이 공항들이 있는 곳은 공교롭게도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대구 동을)다. 박 대통령은 8일 청와대로 새누리당 의원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유 의원과의 ‘35초 악수’ 때 먼저 공항 이전 얘기를 꺼낸 뒤 “항상 같이 의논하면서 잘하자”고 말했다. 사흘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약속 이행’이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대구 공항 이전은) 박 대통령이 1998년 정계에 입문할 때부터 한결같이 성원해준 대구 시민들에 대해 의리를 지킨 것”이라며 “유 의원과 연결할 일이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유 의원 스스로도 1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이 내게) 힘을 실어주신 건 맞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다시 한 번 ‘승부수’를 띄웠다는 말도 나온다. 8·9전당대회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당권-대권 주자들이 점점 박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하면서 당의 원심력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사전 차단에 나섰다는 얘기다.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TK(대구경북) 민심을 끌어안아 당권-대권 경쟁 구도에서 영향력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이 레임덕을 막기 위한 추가 통합행보에 나설지도 관심을 모은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이 정진석 원내대표의 ‘광복절 특별사면’ 요청을 수용한 것처럼 앞으로 당 지도부의 요구를 적극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전했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의 통합행보는 결국 인사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조만간 이뤄질 개각을 보면 향후 정국 구상을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박(비박근혜)계의 태도도 관건이다. 유 의원은 이날 “대통령의 레임덕에 매달리는 전대가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노선 투쟁을 통해 박근혜 정부의 정책 변화를 요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이 김무성 전 대표 등 주요 대권주자들의 개헌 주장에 화답할지도 주목된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