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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의 문학뜨락]자전 소설은 힘이 세다

입력 | 2016-07-13 03:00:00


이탈리아 작가 엘레나 페란테는 올 들어 국내 독자들에게 친숙한 이름이 됐다. 올해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자로 오른 그가 유력한 수상 후보로 점쳐졌기 때문이다. 수상자 한강 씨의 경쟁자였던 셈이다. 그의 소설 ‘나폴리 4부작’은 해외 문단에선 화제작으로 꼽혀온 터다.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 중 첫 권인 ‘나의 눈부신 친구’가 번역 출간됐다. 그는 1992년 첫 책을 낸 이래 한 번도 얼굴을 드러낸 적이 없는 작가다. 여성인지 남성인지도 불분명하지만, 작품으로 추정해 보건대 나폴리에서 태어난 여성 작가일 것으로 짐작된다. 나폴리 4부작은 1950년대 이탈리아 나폴리의 가난한 동네에서 태어난 레누와 릴라라는 두 여성의 우정을 담았다.

이 작품은 자전적인 소설이다. 작가가 되는 레누의 모습이 페란테 자신을 비추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고, 작가 스스로 “내 유년 시절부터 시작된 복잡하고 어려웠던 친구와의 관계에서 나온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해서다. 이 소설이 별다른 광고도 없이 미국에서만 120만 부가 팔린 데는 이런 ‘자전적 요소’가 추동한 게 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평론가 제임스 우드는 이 소설을 두고 “강렬하게 또 격렬하게 사적(私的)”이라고 평했다.

페란테의 책을 읽으면서 우리 작가들의 자전 소설도 함께 떠올렸다. 소설가 김연수 씨의 ‘뉴욕제과점’은 경북 김천의 빵집 아들이었던 작가의 유년 시절을 담담하게 그린 작품이다. 빵 먹는 것이 호사였던 1970, 80년대 작은 동네에서 그는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지만, 정작 그는 친구들이 먹고 싶어 하는 빵을 먹을 수 없다. 어머니는 악착같이 돈을 모아야 했고, 아들은 ‘기레빠시’(카스텔라의 가장자리를 잘라낸 부분)만 먹었다는 거다.

김주영 씨의 ‘잘 가요 엄마’는 또 어떤가. 작품에서 종종 아픈 가정사를 드러냈던 작가는 이 장편에서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홀로 아들을 키우면서 지내던 어머니, 그 어머니가 재혼한 뒤 생겨난 거리를 힘겨워하는 아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주인공의 어린 시절 경험이 생생하고도 구체적인 데 대해 작가 자신이 “픽션과 논픽션이 교차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완서 선생의 장편 ‘그 많던 싱아는 어디 갔을까’와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역시 읽다 보면 잘 알려진 작가의 생애가 영상을 보듯 펼쳐진다.

자전 소설 자체가 ‘계산된’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소설과 달리 울림이 크다고들 한다. 한편으로 그것을 쓴 작가의 삶을 떠올릴 수 있기 때문에 몰입도와 집중도가 높아진다(평론가 강동호)는 분석도 있다. 소설은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지만, 자전 소설 속 현실은 작가가 ‘진실로’ 겪은 현실이어서 그렇다. 작가뿐 아니라 소설을 읽는 우리 모두의 삶이 한 편 한 편의 작품이기도 한 이유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