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만에 연구승인 받은 이동률교수… “미성숙-얼린 난자만 허용돼 아쉽지만 복제 성공률 높아져 이번엔 다를것… 범용줄기세포 허브가 최종 목표”
이동률 차의과대 교수가 체세포 복제 방식으로 추출한 배아줄기세포 사진을 띄운 모니터 화면을 가리키며 향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2009년 이후 국내에서 중단됐던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를 7년 만에 재개하는 이동률 차의과대 교수는 말끝을 흐렸다.
12일 서울 강남구 논현로 차병원 줄기세포연구소에서 만난 이 교수(줄기세포연구소장)는 보건복지부의 연구 승인 결정을 반기면서도 동결 난자와 미성숙 난자만 연구에 이용해야 하는 점을 아쉬워했다. 복지부는 연구를 승인하면서 2020년 말까지 동결 난자 500개와 미성숙 난자 100개만 이용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 교수는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의 성패는 난자의 질(質)에 좌우된다”며 “비동결 난자(채취 24시간 이내 신선난자)에 비해 동결 난자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 연구팀은 2009년 복지부 승인을 받아 동결 난자를 활용한 체세포 복제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이후 2014년 미국에서 기증받은 비동결 난자를 이용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배아줄기세포를 얻는 데 성공했다.
비동결 난자를 사용할 수 없는 대목을 아쉬워하면서도 이 교수는 “과거와 상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우선 체세포 복제 성공률이 과거보다 크게 높아졌다. 지난해 10월 이 교수와 정영기 차의과대 교수 연구팀은 난자에서 체세포 복제배아 생성을 억제하는 효소와 이 효소의 기능을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을 밝혀냈다. 이 덕분에 2%대였던 체세포 복제 성공률은 7%로 향상됐다. 또 동결 난자의 질도 과거보다 좋아졌다.
이 교수 연구팀의 궁극적인 목표는 범용줄기세포 허브를 만드는 것이다. 면역 거부 반응이 적은 유전자를 가진 사람에게서 추출한 체세포로 줄기세포를 만들어 장기 기증을 하듯 여러 환자에게 이식할 수 있는 공급 체계를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이 교수는 “범용줄기세포 100가지만 있으면 전 국민에게 필요한 줄기세포 치료제를 공급할 수 있다”며 “치료제뿐만 아니라 불임과 난임, 노화 방지까지 적용 범위는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너무 먼 미래는 아닐까. 이 교수 연구팀이 5년 동안 실제 체세포 배아복제 연구에 이용할 수 있는 난자는 동결 난자 500개뿐이다. 체세포 복제 성공률이 7%인 점을 감안하면 이 연구가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지더라도 35개 배아줄기세포를 얻는 것에 불과하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 재개로 국내 체세포 복제 연구에 물꼬를 텄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우선 동결 난자를 활용해 최대한 성공률을 높여보겠다”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