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서대 항공전자공학과 학생들이 태안캠퍼스 항공기술교육원에서 무인항공기에 탑재된 항공전자 시스템, 항법, 항공통신 관련 시스템 개발과 정비를 수행하게 된다. 항공 전자 시스템을 정비하고 있다. 한서대 제공
비행기를 탔을 때 이륙과 착륙이 가장 위험한 순간이라고 한다. 하지만 운항 도중에도 가끔은 난기류를 만나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일이 적지 않다. 항공기를 안전하게 출발시켜 목적지까지 도착하도록 만드는 일은 과연 어떤 학문이 담당할까.
다름 아닌 ‘항공전자공학(Avionics)’의 역할이다. 항공전자공학은 좁게는 항공기가 정확하고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전자 시스템을 말하고, 넓게는 방어전자(Defense Electronics)를 포함해 비행에 관련된 전기와 전자, 통신, 컴퓨터 등을 아우르는 융복합 공학을 지칭한다. 전체 항공기를 구성하고 있는 영역에서 항공전자공학이 차지하고 있는 범위는 3분의 1 정도지만, 최첨단 항공기일수록 그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항공전자공학은 관제사와 조종사가 대화할 수 있는 항공통신시스템, 항공기 위치를 파악하는 항공감시시스템, 그리고 항공기를 이루고 있는 각종 첨단 계기시스템 등으로 연구 분야가 나뉘어 진다.
무인항공기(드론·drone)가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의 기초를 제공할 것이라는 데에는 과학기술계나 산업계의 이견이 없다. 2016년 4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글로벌 모바일 인터넷 콘퍼런스’에 참석한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 샤오미의 류더(劉德) 부회장은 미래 전략사업으로 드론을 꼽고 대대적인 투자를 예고했다. 조달청이 연간 55조 원 규모의 공공 구매력을 활용해 앞으로 드론이나 클라우드 같은 미래 성장산업 제품을 선제적으로 구매하겠다고 최근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항공전자공학과는 한서대의 대표적인 특성화 학과로서 학교 소유의 비행장이 있는 태안캠퍼스에 있다. 2003년 항공전자시뮬레이션학과로 출발해 2010년 항공전자공학과로 개명한 뒤 항공전자 전문 인력을 양성해 오고 있다. 2007년 항공기계학과와 더불어 국토교통부 지정 항공정비사 전문 교육기관인 항공기술교육원을 개원해 항공정비사 인력도 양성하고 있다. 2014년에는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CK-I)에 선정돼 메디치(Medici)형 항공인력 양성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 중이고 올해 실시한 특성화 중간평가에서도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학과의 교육 목표는 세 가지다.
첫째, 다양한 항공분야 연계 교육을 바탕으로 한 실무적인 항법, 통신, 감시시스템 등 최첨단 항공전자 분야의 전문지식 배양. 둘째, 무인 자동화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한 마이크로프로세서, 자동제어, 계측제어, 센서 제어 등 제어분야의 전문지식 및 실무능력 배양. 셋째, 컴퓨터 기술을 이용한 시뮬레이션, 응용 소프트웨어, 정보처리 등의 고급기술 습득을 통한 고도의 정밀성을 요구하는 항공우주사업의 전문기술 인력 양성.

한서대 태안캠퍼스 항공학부 내에 있는 B737 시뮬레이터. 항공전자공학과 학생들은 컴퓨터 이용 시뮬레이션, 응용 소프트웨어, 및 IoT(사물인터넷) 관련된 과목을 이 시뮬레이터를 이용해 배우며 실습도 한다. 한서대 제공
항공정비사를 희망하는 학생들은 2학년 때 항공정비사 전문 인력 양성 기관인 항공기술교육원에 입교해 관련 과목을 이수한다. 이 학과에서는 전자계열 학과 가운데 국내에서 유일하게 항공정비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항공전자 분야를 전공하기를 희망하는 학생들은 항공전자 및 자동화 시스템(마이크로프로세서 및 임베디드 시스템) 과목들을 집중적으로 이수해 관련 분야로 진출할 수 있다.
항공전자 트랙에서는 무인항공기를 제작한다. 항공전자학과 수업은 이론 위주에서 벗어나 직접 항공기를 제작해 보고 비행할 수 있도록 한다. 학생들은 마이크로프로세서와 임베디드 시스템, 랩뷰(labview) 등 실습 과목을 배우는 공학설계 수업에서 무인항공기를 제작한다. 실무능력 배양에 중점을 둔 교육 덕분에 항공전자학과 학생들은 국내 유수의 경연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둬왔다. 이 학과 출신 학생들은 2006년~2007년 로봇항공기대회 초급대회에서 2위, 2013년~2014 국제 신비차 대회에서 특별상과 은상을 수상했다. 2015년에는 ‘이브와 ICT 멘토링’ 여성 공학도를 위한 지원사업에서 ‘멀티콥터를 활용한 산불예방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로 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제주항공, 서울에어가 항공전자공학과 학생들이 주로 취업하는 회사들이다. 취업희망자의 80% 이상이 국내의 대소형 항공사와 연구소에 취업한다. 항공사에 취업을 원하는 학생들은 항공정비사 면장을 따야하는데 이는 학교 안에 있는 항공기술교육원에서 딸 수 있다. 학생들은 항공 관련 연구소인 항공우주연구원과 철도기술연구원, 시험인증업체인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뿐만 아니라 정비업체, 방위산업체(유콘, 퍼스텍 등) 등으로도 진출하고 있다.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학과는 학생들에게 최소한 한 개 이상의 시스템 설계 및 분석 프로그램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도록 하고 관련 자격증 취득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학과장인 홍승범 교수는 “관련 업계에서는 문제해결 기반 학습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에 교수들이 자신들이 수행하는 국책과제에 학생들을 참여시키거나 업체의 프로젝트를 학생들이 직접 수행하도록 주선 한다”며 “이런 기업 맞춤형 교육을 통해 산업체에서 꼭 필요한 인재를 양성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전자공학과는 ‘다’군에 속해 있으며 정원은 35명이다. 2017학년도는 수시에서 24명, 정시에서 11명을 선발한다. 2016학년도 수시합격자 성적은 인문계고교출신자전형 평균 2등급, 일반전형 평균 3등급이었으며, 정시 평균(백분위)은 84.8이었다. 정시에서는 국어 영어 수학 중 백분위 성적이 높은 두 과목과 탐구영역에서 사회, 과학. 혹은 직업과목 중 백분위 성적이 높은 1개 과목만을 반영한다. 그리고 일반전형에서 과학탐구영역 반영 시 백분율이 취득점수의 8% 가중치를 적용한다.
2015년도 항공전자공학과의 장학금은 총액이 777,223,960원이고 지급 인원이 152명으로 1인당 평균 장학금 지급액이 약 500 만원(2015학년도 교내, 교외, 그리고 특성화 장학금 포함)이다.
서산=지명훈 기자(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