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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먹거리 '증강현실'로 눈 돌린 구글과 MS

입력 | 2016-07-13 13:39:00


닌텐도의 포켓몬 콘텐츠를 활용한 증강현실(AR) 소셜 게임 '포켓몬 GO'가 인기를 끌면서 증강현실 산업의 가능성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츠는 3D카메라, 디스플레이, 센서, 소프트웨어 등을 활용한 모바일 증강현실 산업이 매년 70%씩 성장해 2022년에는 797억 7,000만 달러(약 92조 원) 규모의 시장을 이룰 것으로 예측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주요 IT 업체도 증강현실을 차세대 먹거리로 삼고 관련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바로 '프로젝트 탱고'와 '홀로렌즈'다.

프로젝트 탱고(좌)와 홀로렌즈(우) (사진=레노버, 마이크로소프트)


증강현실이란 현실의 이미지나 배경에 3차원 가상 이미지를 겹쳐서 하나의 영상으로 보여주는 기술을 뜻한다. 기술 자체는 이미 상용화된 상태다. 많은 스마트폰 앱과 커넥티드 카 허드(HUD)가 증강현실을 활용해 현실과 가상을 합성해서 사용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포켓몬 GO도 이러한 증강현실을 활용해 현실의 특정 장소에서 포켓몬을 채집하고 이를 성장시켜 타인과 겨루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러한 증강현실 기술에는 한 가지 치명적인 약점이 존재한다. 현실과 가상이 따로 노는 현상이다. 현실에 대한 고민 없이 가상 이미지를 합성하다보니 누가봐도 어색할 정도로 두 이미지가 어설프게 합성된다. 많은 사용자가 증강현실을 이용하면서 괴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증강현실의 미래: 프로젝트 탱고와 홀로렌즈

구글의 프로젝트 탱고와 MS의 홀로렌즈는 이러한 증강현실 기술의 약점을 해결한 차세대 증강현실 기술이다. 프로젝트 탱고와 홀로렌즈는 여러 대의 카메라를 활용해 현실을 스캔해 3차원 공간 정보를 파악한 후, 이를 활용해 현실과 가상을 융합한다. 사용자가 어색함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가상과 현실이 합성된다. 때문에 사용자는 보다 실감나게(=현실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강현실을 경험할 수 있다.

두 기술은 어떻게 가상과 현실을 완벽하게 합성하는 것일까. 일단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프로젝트 탱고 기술을 탑재한 스마트폰과 태블릿PC는 3개의 카메라를 탑재하고 있다. 하나는 일반 카메라처럼 일반 이미지를 찍는다. 다른 하나는 깊이(Depth)와 심도(Depth of field)를 파악하는 특수 카메라다. 마지막 하나는 사물의 명암을 파악하는 카메라다. 3개의 카메라를 활용해 공간 데이터를 파악한 후 현실을 스마트폰 속에서 3D로 재구성한다. 재구성된 3D 공간을 활용해 가상 이미지가 어디에 어떤 형태로 배치되어야 할지 파악한 후 3D 공간에 가상 이미지를 정확히 합성한다. 이어 가속도계, 자이로스코프, GPS 등을 활용해 사용자와 기기의 위치를 파악한 후, 사용자의 움직임에 맞춰 가상 이미지가 어떻게 변해야 할지 판단한다.

사용자들은 프로젝트 탱고를 통해 두 가지 이미지를 볼 수 있다. 하나는 3D 공간과 가상 이미지가 모두 여과없이 표현되어 있는 공간정보 화면이다. 다른 하나는 3D 공간을 현실 밑에 숨기고 현실과 가상 이미지만 합성해서 보여주는 증강현실 화면이다.

프로젝트 탱고는 위화감 없는 증강현실 구현 외에도 한 가지 기능을 더 갖추고 있다. 바로 '현실 스캐너'다. 프로젝트 탱고를 탑재한 스마트폰으로 특정 사물이나 건물을 통째로 스캔해서 3D 모델로 바꿀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3D 모델을 CAD나 가상현실을 만들 때 활용할 수 있다.

홀로렌즈도 동일한 기술을 이용한다. 홀로렌즈는 프로젝트 탱고보다 더 많은 6개의 카메라를 탑재하고 있다. 4개의 카메라가 사물의 윤곽과 명암(환경)을 파악한다. 한 개의 카메라는 깊이와 심도를 파악한다. 마지막 한개는 일반 카메라처럼 일반 이미지를 촬영한다. 이렇게 수집한 방대한 영상 데이터를 활용해 기기 내부에 3D 공간을 구성한 후 가상 이미지와 현실을 정확하게 합성하는 것. 홀로렌즈 역시 속도계, 자이로스코프, GPS 등을 활용해 사용자와 기기의 위치를 파악한 후, 사용자의 움직임에 맞춰 가상 이미지를 보여준다.

프로젝트 탱고를 활용해 가상과 현실을 합성한 모습 (사진=구글)


홀로렌즈를 활용해 가상과 현실을 합성한 모습 (사진=마이크로소프트)


프로젝트 탱고와 홀로렌즈의 차이점

두 기술의 차이점은 뭘까? 증강현실을 구현하는 하드웨어가 다르다는 것이다. 프로젝트 탱고는 스마트폰 기반이다. 프로젝트 탱고 기술을 탑재한 전용 스마트폰에서 이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사용자들에게 현실과 가상을 합성해서 보여준다. 구글은 2년 전 프로젝트 탱고 개발킷을 직접 만들었고, 지금은 레노버와 손잡고 '팹2 프로'라는 프로젝트 탱고 스마트폰을 시장에 출시한 상태다.

홀로렌즈는 HMD(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 형태로 제공된다. HMD 전면부의 반사 유리에 가상현실 이미지를 띄워 사용자에게 현실과 가상을 합성한 증강현실을 보여준다. 사용자는 홀로렌즈 HMD를 머리에 쓰는 것만으로 완벽한 증강현실을 경험할 수 있다. MS는 현재 홀로렌즈 HMD 개발킷을 개발자를 대상으로 배포하고 있고, 홀로렌즈 HMD 설계도를 PC 제조사들에게 제공해 홀로렌즈 HMD가 시장에 실제로 출시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구글과 MS, 두 회사는 왜 증강현실을 차세대 먹거리로 삼은 것일까. 포화상태에 도달한 운영체제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프로젝트 탱고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홀로렌즈는 윈도우10과 일체화되어 있는 기술이다. 차세대 IT 기술로 각광받고 있는 증강현실을 통해 플랫폼 영향력을 더욱 강화하고, 제조사와 개발자들에게 새로운 시장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 두 회사의 야심이다.

성공의 열쇠는 콘텐츠

프로젝트 탱고와 홀로렌즈의 성공을 위해 잊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콘텐츠'다. 개발된지 오래된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증강현실이 찬밥 취급을 받았던 이유는 뭘까. '킬러 콘텐츠(영향력이 매우 큰 콘텐츠)'의 부재가 그 이유다. 사용자가 반드시 증강현실을 이용해야 할 정도로 매력적인 킬러 콘텐츠가 없었다. 포켓몬 GO의 성공은 증강현실 기술 자체의 매력 때문이 아니다. 포켓몬이라는 킬러 콘텐츠를 증강현실에 완벽하게 대입한 것이 성공의 비결이었다. 포켓몬 GO는 기존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하기 때문에 현실과 가상이 어설프게 합성되지만, 사용자들은 이를 크게 개의치 않았다.

포켓몬 GO (사진=IT동아)


물론 두 회사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프로젝트 탱고와 홀로렌즈용 콘텐츠 수급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개발킷을 전부 공개하고 개발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완성된 증강현실과 킬러 콘텐츠가 결합하면 그 파급력은 어마어마할 전망이다. 발매된지 1주일밖에 되지 않은 포켓몬 GO가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떠오른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사용자들이 프로젝트 탱고와 홀로렌즈를 활용해 보다 실감나게 산과 들에서 포켓몬을 채집할 수 있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래서 대한민국에는 나옵니까?

제아무리 놀라운 기술이라도 한국 사용자들이 경험할 수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구글 지도 문제 때문에 포켓몬 GO를 국내에서 제대로 즐길 수 없어 실망하는 사용자가 얼마나 많은가.
다행히 국내 사용자들은 곧 프로젝트 탱고와 홀로렌즈를 경험할 수 있게 된다. 프로젝트 탱고 콘텐츠 수급을 위해 구글과 레노버가 팹2 프로의 국내 출시를 추진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홀로렌즈 HMD 역시 MS를 통해 개발자킷을 구매할 수 있는 상태고, 사용자용 시판 제품 역시 국내 발매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빠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중순이면 차세대 증강현실을 직접 경험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동아닷컴 IT전문 강일용 기자 ze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