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경매 사이트 이베이는 구매자와 판매자 간 직거래를 강조한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사실 대부분의 거래는 이 사이트에서 수천 건의 거래를 통해 평판을 쌓아온 판매자들에 의해 중개된다. 비즈니스 전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링크트인 역시 표면적으로는 구인자와 구직자를 직접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링크트인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전문 리크루터들이다.
신간 ‘미들맨의 시대’(마리나 크라코프스키 지음·더난출판)는 이베이의 전문 판매자들이나 링크트인의 전문 리크루터들처럼 연결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 또는 비즈니스맨을 ‘미들맨’이라고 정의하고 이들 미들맨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때 인터넷 기술 등의 발달이 이들 미들맨을 사라지게 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기도 했다. 온라인에서 판매자와 구매자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 모든 거래가 ‘직거래’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조차 1990년대 중반 인터넷이 ‘마찰 없는 자본주의(friction-free capitalism)’ 시대를 열어줄 것이라고 말하며 미들맨이 사라진 세상이 곧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실 일정 부분 이런 현상이 일어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미들맨은 사라지기보다는 새로운 형태로 진화했다.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