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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정상급 론볼, 패럴림픽 종목 재지정 꿈꿔요”

입력 | 2016-07-14 03:00:00

이우명 상이군경회 론볼연맹 부회장
표적공에 가깝게 공 굴리는 경기
한국, 국제대회 메달 휩쓸지만 지구촌 축제 리우에 못가 아쉬움




이우명 대한상이군경회 론볼연맹 부회장이 5일 서울 강동구 동남로 중앙보훈병원 본관 옥상에서 론볼 공을 던지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면 지금쯤 코피 터지게 맹훈련했을 겁니다. 우리 론볼 선수들에겐 올림픽 나가는 게 꿈이죠.”

서울 강동구 중앙보훈병원에서 만난 이우명 대한상이군경회 론볼연맹 부회장(67)의 목소리엔 아쉬움이 묻어났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끝난 뒤 열리는 패럴림픽에 나서지 못하기 때문이다.

잔디에서 정해진 표적공에 가깝도록 공을 굴리는 경기인 ‘론볼’은 탁구, 사격과 더불어 장애인 인기 스포츠다. 현재 세계선수권대회, 장애인아시아경기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우리나라 대표들이 메달을 휩쓸고 있지만 1988년 서울올림픽과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이후 패럴림픽 종목에서 제외된 상태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은 론볼 홍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정상 24개국 이상이 경기에 참여해야 패럴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수 있다. 현재 참가국은 한국 호주 등 6개국뿐이다. 그는 “론볼연맹 회원들과 매년 싱가포르, 홍콩, 베트남 등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친선경기를 하고 있다”며 “론볼 공 등 필요한 장비를 가져다주며 참여를 유도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론볼을 적극 전파하는 이유는 비단 패럴림픽 출전을 위해서만은 아니다. 론볼이 장애인들에게 희망이 되는 스포츠라고 믿기 때문이다. 실제 16년 전 대한상이군경회에서 론볼을 소개받고 그의 삶은 180도 변했다. 특수부대 군복무 시절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그는 매일 화투를 치거나 경마장을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론볼을 접하며 생활리듬이 변하기 시작했다. 진통제, 신경성 약 등 약을 모두 끊었고 불면증도 없어졌다. 세 마디에 한 번씩 욕을 내뱉던 거친 말투도 차분해졌다.

승부근성 하나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이 부회장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서울 잠실 론볼경기장에 나가 연습을 거듭했다. 그는 “론볼 공은 양 극단의 무게가 서로 달라 편심이 생기기 때문에 똑바로 굴러가지 않는다”며 “자기 나름의 전략과 분석이 필요한 정교한 경기”라고 말했다.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2013년엔 국가대표 선수로 뽑혔고 8년 전부터 서울시장애인체육회 론볼 감독도 맡고 있다.

전국 각지의 장애인 론볼 선수들과 교류할 수 있는 것도 이 부회장에겐 큰 기쁨이다. 서울, 충북 청주, 광주 등 1년이면 전국을 돌며 시장배, 도지사대회에 참가한다.

그는 “나처럼 휠체어를 타거나 의족을 한 장애인, 소아마비 장애인 등 다양한 선수들과 만나 정보도 공유하고 친목도 다진다”며 “이런 긍정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스포츠의 힘”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국제무대에 열심히 홍보해 후배 선수들이 패럴림픽에서 지구촌 선수들과 경쟁하며 새로운 에너지를 얻을 수 있게 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최지연 기자 lim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