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 특조단, 부실 조사 논란 10개항목 답변 듣고 “보고 못받아”… 한차례 대면조사하고는 끝 휴대전화 사용 기록도 확인안해
부산지역 학교전담경찰관(SPO)들이 여고생과 성관계를 맺은 사건과 관련해 경찰청은 1일부터 특별조사단(특조단)을 가동해 12일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SPO의 부적절한 행태, 부산 사하, 연제경찰서장의 사건 은폐 등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이상식 부산지방경찰청장 등 사건 관련자 및 지휘선상에 있는 17명의 징계를 요구했다.
그러나 특조단은 강신명 경찰청장과 이 부산청장은 지난달 24일 장신중 전 총경이 SPO들의 성관계 사실을 폭로하기 전까지 관련 보고를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혀 이들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 청장 등에 대한 조사도 형식적이어서 ‘셀프 감찰’이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13일 특조단에 따르면 강 청장은 일요일인 10일 자신의 집무실에서 특조단 감찰조사팀장인 경찰청 인권보호담당관(총경)과 감찰직원들의 대면(對面) 조사를 받았다. 미리 전달한 10여 개의 질문에 대해 감찰조사팀이 묻고 강 청장이 대답하는 방식이었다. ‘보고를 받았느냐’, ‘언제 받았느냐’ 등의 질문이 포함됐다. 그러나 감찰직원들은 청장의 발언을 받아 쓴 내용을 종합해 정리했을 뿐 녹취록으로 남기지는 않았다. 특조단은 청장과의 질의응답 내용도 공개하지 않았다. 특조단 관계자는 “통상 감찰조사는 문답으로 진행하고, 녹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대로 추궁할 것이라고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미리 질문 내용을 주고, 고분고분 받아 적은 것이 과연 특별조사인지 의심스럽다”는 반응이 많다.
특조단이 경찰서장, 과·계장 등과 달리 경찰청장과 부산청장의 휴대전화 사용 기록을 확인하지 않은 것도 미진한 대목이다. 특조단 관계자는 “청장까지 보고받았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없는데 무리하게 수사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했다.
다만 특조단은 부산청장의 경비전화 통화 기록은 확인해 사건 발생 후 김성식 전 연제경찰서장과 부산청장이 통화한 내용을 확인하고 진상 조사까지 마쳤다. 김 전 서장이 연가(年暇)를 연장하기 위해 전화한 것으로 파악됐다는 것이다. 특조단의 휴대전화 미확인과 관련해 이 부산청장은 “(휴대전화를) 제출할 용의가 있다”면서도 “보고받은 정황이 없는데 사생활 기록이 담긴 휴대전화를 내놓으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건을 처음 폭로한 장 전 총경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경찰이) 특별조사단이라는 이름을 붙인 사실상의 진상왜곡단을 구성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