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협, 年 비공식 거래규모 추정
넥슨 비상장주식을 사들여 122억 원의 차익을 얻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진경준 검사장 사건이 올해 초 알려진 뒤 비상장주식 거래 실태가 수면으로 올라왔다. 당국의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비상장주식 거래가 지하경제의 또 다른 저수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연간 6조 원대의 ‘지하 주식시장’
금투협은 2014년 예탁결제원에서 주식 명의 이전이 발생한 장외주식 1415개 종목 가운데 사설 거래 사이트에서 시세가 있는 181개 종목(12.8%)의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거래 규모를 추정했다. 실제 거래된 규모는 이보다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 3월 말에 불거진 진 검사장의 넥슨 장외주식 사건으로 장외주식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도 크게 늘고 있다. 공식적인 집계가 가능한 K-OTC의 일일 거래대금은 올해 1∼3월에는 3억∼5억 원대에 머물다 4월 들어 7억 원 이상으로 껑충 뛰었다. 한재영 금융투자협회 부장은 “올 들어 장외주식 시장에 별다른 기업공개(IPO) 이슈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사실상 ‘진경준 효과’라고 해도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 탈세와 사기 주의보 내린 장외주식 시장
장외주식 거래는 매도자와 매수자가 만나 주식 가격을 협상해 매매하는 방식이다. 이를 연계해주는 곳이 K-OTC와 사설 거래 사이트들이다. 사설 거래 사이트에서는 부정확한 정보가 유통될 가능성이 크고 거래 명세가 공개되지 않아 탈세와 사기 피해가 일어날 수 있다.
한 사설 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장외주식 세금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수천만 원 이하의 소액거래는 신고하지 않아도 추적될 일이 없다”는 답변이 달려 있다.
투자자 피해 역시 우려된다. 비상장주식은 정기적인 공시를 하는 상장주식에 비해 투자자들에게 제공되는 정보가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올해 1월 경찰청은 2004∼2008년 자신의 회사(비상장)에 대한 거짓정보를 흘려 주당 500원이었던 주식을 수십 배 더 비싸게 팔아넘기는 수법으로 총 2500억 원을 가로챈 이모 씨(45)를 검거하기도 했다.
장외주식 거래 과정에서 브로커들이 활개를 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이른바 ‘부티크’로 불리는 유사투자자문회사에 속한 브로커들이 서울 여의도와 강남 일대 오피스텔에 사무실을 차려 놓고 장외주식 중개뿐 아니라 일대일 투자 자문까지 진행하고 있다. 이는 자본시장법 위반이다. 취재팀이 전화를 걸어 “장외주식을 추천해 달라”고 요청했더니, 한 브로커는 10여 분 만에 제약, 자동차 등 3가지 종목을 추천했다.
○ 신고포상제 등 도입 검토해야
금융당국도 이 같은 문제 때문에 장외주식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장외주식의 전반적인 감독이나 단속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재 장외주식을 감독하기 위해서는 사설 거래 사이트를 일일이 다 찾아다니며 봐야 하는데 이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장외주식에 대한 세금을 유가증권시장 정도로 낮춰 공인된 시장에서 장외주식이 거래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며 “세금 포탈에 대해서는 신고포상제 도입 등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이건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