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여름대전 ① 부산행
폐쇄된 열차 안. 좀비의 공격은 인간성을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된다. 극한 상황에서 누군가는 인간으로 남고 누군가는 인간이기를 포기한다. NEW 제공
▽장선희=일단 딱 까놓고 영화 홍보에서 ‘감염자’란 표현은 그만 썼으면. ‘B급 덕후’ 취향으로 보이는 게 싫은 마음은 이해해. 하지만 그게 더 어색한걸. 그냥 딱 ‘좀비 영화’야.
▽이지훈=좀비로 한정 짓기엔 플러스알파가 있던데. ‘한국인을 울리는 감동’을 지녔잖아. 좀비 바이러스가 전국에 퍼진 절체절명 순간에 좁아터진 KTX 안에서 사투를 벌이는 인간 군상. 막판엔 코끝이 찡하고 눈시울도 붉어져….
▽이=선배, 삶에 너무 치여 사셨네. 아빠와 딸의 마음이 짠하잖아. 또 극한에 처한 인간의 이기주의도 울컥하던걸.
▽장=가족에 소홀한 아빠와 사랑에 목마른 딸. 평생 동생한테 희생한 할머니, 임신부 아내를 지키는 남편. 결국은 가족애였어. 기어코 대중성을 확보하겠단 감독 의지가 읽히더라. 다만 좀 상투적이라는.
▽이=그게 강점이지. 가족끼리 손잡고 극장 갈 수 있잖아. 좀비영화라도 잔인하지 않은 ‘15세 관람가’인 점도 미덕이지. 전작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준 연 감독 특유의 비판의식을 잘 살린 점도 굿. ‘돼지의 왕’(2011년) ‘사이비’(2013년)는 진짜 ‘엄지 척’이었거든.
▽장=글쎄, 솔직히 촌스럽지 않았나. 주인공 직업이 ‘개미 등치는’ 펀드매니저에, “아무 일 없다” 거짓말하는 정부, 불만족스러운 언론 보도까지. 너무 전형적이야. 대놓고 주제를 강요해.
▽장=에이, 진짜 묵직한 건 마동석. 존재감 최고! 요새 한국 영화는 이 배우 없으면 어찌 만드나. 다만, 뭔 좀비들이 마동석 하나를 못 당해?
▽이=나머지도 고생 많았는데. 공유 정유미 안소희는 살짝 아쉬웠어. 특히 공유. 내 마음속 ‘커피프린스’가 아빠라니 몰입이 그다지…. 사실상 주연은 좀비 떼였어.
▽장=감독이 의도한 거래. 연 감독은 ‘전체적 완성도가 중요하지. 굳이 어떤 역할이 튀어야 하나. 주요 캐릭터 다 살리려면 옴니버스로 가야 했을 것’이라 말하던데. 진짜 주인공은 누구누구가 아니라 ‘좀비가 탄 열차’라고.
▽이=세트가 장난 아니던데. 장소 섭외와 컴퓨터그래픽(CG) 작업만도 예산이 20억 원 넘게 오버했대. 돈 허투루 썼단 느낌은 없었어. 진짜 달리는 KTX 안인 줄.
▽장=운행 열차를 통째로 빌릴 수야 없었겠지. 행신역 삽교역 같은 작은 역이나 부산 철도차량기지에서 주로 찍었대. 열차 내부는 세트장에 CG 입힌 거고.
▽장=‘설국열차’랑은 다르지. 부산행엔 커티스(크리스 에번스) 같은 ‘구원자’가 없잖아. 그냥 어쩌다가 열차에 오른 소시민들이 알아서 살아남는 거니까. 딱히 해결책을 제시하지도 않고. 어쩌면 그게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일 수도.
▽이=흥행은 어떨까. 이번 여름대전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낙점!
▽장=다른 영화도 봐야지. 중장년층까지 끌어모으기엔 소재가 좀…. 관건은 ‘괴물’(2006년)만큼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지에 달렸겠지. 좀비한테 한강 괴물은 ‘넘사벽’ 아닐까.
▽이=뭐든지 떼로 덤비면 다 이겨.
▼한 줄 평과 별점▼
장선희 기자 설국열차+월드워Z+괴물. 하지만 새롭다. ★★★☆(★5개 만점)
이지훈 기자 좀비 비주얼 앞에서도 결코 죽지 않는 메시지. ★★★★☆
정양환 기자 [좀] 좀만 지나가게 [비] 비키도, 이것들아. ★★★
장선희 sun10@donga.com·이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