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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성희]속초의 ‘포켓몬 고’ 열풍

입력 | 2016-07-15 03:00:00


피카추가 나타났다! 추억의 포켓몬스터가 강원 속초에 나타났다는 소식에 속초 거리와 해변이 포켓몬 사냥꾼들로 붐빈다고 한다. 일부 연예인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속초에서 ‘포켓몬 고’ 게임을 하는 인증샷을 올리며 열풍에 불을 댕겼다.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 기술을 이용한 ‘포켓몬 고’ 게임이 속초 일대에서 가능하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나타난 진풍경이다.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에서도 출시되지 않은 ‘포켓몬 고’가 속초에서 가능한 이유는 닌텐도와 함께 이 제품을 만든 나이앤틱의 구획지도(Cell Map) 때문이다. 나이앤틱은 자체적으로 세계를 마름모꼴 셀(Cell)로 나눴는데 속초 등 일부 지역이 북한 지역으로 편입돼 구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 작동했다. 일각에서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을 허용하지 않는 한국을 압박하기 위해 구글이 ‘포켓몬 고’가 가능하도록 풀어놓은 것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나온다.

▷세계적으로도 ‘포켓몬 고’ 열기는 광풍 수준이다. 미국에서 출시 하루 만에 애플 앱 다운로드 1위를 기록했다. 지난 주말 내내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에서는 이용자들이 포켓몬을 찾느라 관광지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다 배수로에 빠져 다치거나 게임에 정신이 팔려 으슥한 곳으로 갔다가 강도를 당하는 사건도 생겼다.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뒤떨어져 한때 부도 위기에 몰렸던 닌텐도는 비상의 날개를 달았다.

▷‘더 나은 쥐덫’ 언급이 있었던 제10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유망 신산업으로 할랄 반려동물과 함께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을 꼽았다. VR는 가상공간과 사물을 대상으로 하고 AR는 현실세계와 가상현실을 겹쳐 보이게 하는 기술이란 점이 다르지만 우리 수준으로는 둘 다 구현하기 쉽지 않다. ‘포켓몬 고’ 열풍을 AR와 VR가 인간의 삶을 얼마나 달라지게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보고 우리도 달려들어야 한다. 단순히 신기한 사회현상으로 볼 일이 아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