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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니스 트럭 돌진 테러]“어른도 아이도 볼링핀처럼 쓰러졌다”

입력 | 2016-07-16 03:00:00

[佛 국경일 축제 덮친 테러/동정민 특파원 현장 르포]




동정민 특파원

프랑스 유명 관광지 니스 해변에서 일어난 트럭 테러로 84명의 무고한 생명이 희생된 지 꼭 12시간이 지난 15일(현지 시간) 오전 10시 반. 구름 한 점 없이 눈부시게 환한 지중해 쪽빛 바다가 바라보이는 해안도로 사고 현장에서 만난 이브 씨(38)는 자전거 위에 앉아 멍하게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니스에서 나고 자란 이브 씨의 집은 테러가 일어난 유명 해안가 산책로 ‘프롬나드 데장글레’ 바로 옆이다. 전날 오후 10시 반 집 베란다에서 연례행사인 ‘바르세유의 날’ 불꽃놀이를 즐기고 방으로 들어가려던 이브 씨는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이브 씨는 기자에게 “하얀색 대형 트럭이 코너를 돌아 시속 80km 정도의 빠른 속도로 사람을 치면서 달렸다. 너무 빨라 몇 초 만에 내 시야에서 사라졌지만 이후 총소리도 들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바로 TV 뉴스를 켰고 2차 테러가 우려된다는 소문에 잠자코 집에 머물다 이제야 현장을 찾았다고 했다. 그는 “평화로운 니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테러는 늘 우리 곁에 있다”며 슬퍼했다.

외신에 따르면 범인은 지그재그로 차를 몰며 사람이 많은 곳만 찾아다녀 피해 규모가 더욱 컸다. 해변도로로 진입한 후 산책로를 따라 계속 사람들을 치고 남쪽으로 돌진한 거리가 2km에 달했다. 목격자들은 “트럭에 치인 사람들이 마치 볼링 핀처럼 쓰러졌다”고 전했다.

총을 든 프랑스 경찰은 전날 사고 장소를 중심으로 반경 2km 이상의 지역에 일반인들의 출입을 통제했다. 하지만 이브 씨처럼 집에서 숨죽이며 악몽 같은 밤을 지낸 시민 100여 명이 바리케이드 주변에 몰려들었다.

이들은 역사적인 ‘바스티유의 날’에 끔찍한 테러가 발생한 것에 더욱 분노하는 분위기였다. 프롬나드 데장글레 길가 식당에서 일하는 프레드 씨(33)는 “보통 프랑스 어른들은 오후 10시 반에 아이들과 밖에 나오지 않지만 매년 7월 14일엔 프랑스대혁명의 역사를 알려주기 위해 다 데리고 나온다. 그런 아이들이 참사를 당했다”고 안타까워했다.

프랑스 사람들은 이슬람국가(IS)가 테러를 예고했던 ‘유로 2016’이 무사히 끝나 한시름 놓았다가 다시 긴장하는 분위기다. 이번 테러는 프랑스 정부가 지난해 11월 파리 연쇄 테러 이후 계속된 국가비상사태를 26일 해제한다고 발표한 뒤 불과 몇 시간 만에 일어났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영원히 비상사태를 이어갈 수 없다”며 해제를 선언한 뒤 다시 굳은 표정으로 회견장에 나와 “비상사태를 3개월 연장한다”고 번복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이슬람 극단주의자 3명이 풍자 전문잡지 ‘샤를리 에브도’ 사무실과 인근 상점 등에 총기를 난사해 17명이 사망한 이후 1년 7개월 동안 프랑스에서만 크고 작은 테러가 12건 발생해 지난해에만 147명이 희생됐다.

하지만 프랑스인들은 의연함을 잃지 않았다. 현장에서 만난 프랑스인 4명 모두 “물러서면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브 씨는 “답은 간단하다. 잘못된 것과 싸우면 된다. 우리가 할 일은 그것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프랑스인은 애도 분위기 속에서도 일상생활에 전념하는 모습이었다. 테러가 발생했지만 파리에서 니스로 향하는 15일 새벽 비행기는 한 석의 빈자리도 없이 만석이었다.

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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