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한국영화, 새 흥행의 법칙]
9월 중국에서 개봉 예정인 영화 ‘뷰티풀 액시던트’(위 사진). 인기배우 구이룬메이와 천쿤이 출연하는 이 작품은 한국 영화배급투자사 쇼박스가 선보이는 한중 합작 영화다. 한국영화 ‘수상한 그녀’를 현지화한 ‘20세여 다시 한번(아래 사진)’은 지난해 약 632억 원을 벌어들여 한중 합작 영화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쇼박스·CJ E&M 제공
중국 진출 2.0 시대… 완벽한 현지화 전략에 초점
한국 영화시장이 정체기냐 아니냐는 어쩌면 의미 없는 논쟁일지 모른다. 호황과 불황은 런던 날씨처럼 수시로 변화한다. 게다가 내부적인 해결책 모색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뜻에서 이번 동아일보의 전문가 심층 인터뷰에서 많은 이가 ‘해외 진출’을 타개책으로 꼽은 건 당연해 보인다. 특히 국내 영화계가 세계 최대 영화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으로 대거 진출하는 건 자연스러운 순서다.
하지만 흥행 성적은 그간 썩 만족할 만하지 않았다. 중국 콘텐츠 비즈니스 전문가 그룹인 ‘한중콘텐츠연구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지금까지 양국이 합작한 영화는 20편 가까이 된다. 그러나 대박이라 부를 수 있는 건 한국영화 ‘수상한 그녀’를 리메이크해 3억6400만 위안(약 632억 원)을 벌어들인 ‘20세여 다시 한번’ 1편뿐이다. 이어 지난해 안상훈 감독의 ‘나는 증인이다’(2억1500만 위안·약 372억 원), 2013년 오기환 감독의 ‘이별계약’(1억9300만 위안·약 334억 원) 등이 체면치레를 했다. 올해 상반기에 ‘엽기적인 그녀2’는 1편의 중국 인기를 반영해 야심 차게 제작돼 개봉했지만 현지에서 3400만 위안(약 58억 원)을 벌어들이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초기 한중 합작이 국내 제작진이 현지 영화에 참여하거나 양국 배우가 함께 출연하는 ‘섞어찌개’의 양상을 띠었다면, 최근엔 한국 회사의 독자 제작이건 공동 제작이건 상관없이 현지화 전략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
‘뷰티풀 액시던트’를 제작한 쇼박스의 안정원 해외사업팀 이사는 “이전 한중 합작 영화가 감독 배우 중심의 인적 협력이 주를 이뤘다면, 앞으로는 콘텐츠를 중심에 둔 합작이 중요하다”며 “기존에 보유한 기획력을 토대로 한국의 뛰어난 스토리 창작 역량을 (현지에서) 활용할 기획 개발 시스템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중국 화처미디어와 합자법인 ‘화책합신’을 세운 뉴(NEW)도 ‘마녀’ ‘뷰티인사이드’ ‘더 폰’ 등 한국 콘텐츠를 바탕으로 중국 현지 영화를 만들 계획이다.
중국 영화로 대우받는 지금이 적기
국내 극장 사업의 해외 진출도 눈에 띈다. CGV는 올해 6월 기준으로 중국 12개 도시에서 71개 극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시장점유율로 따지면 아직 2.9% 수준이지만 가장 빠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독보적인 1위인 완다위안셴(13.8%)을 제외한다면, 나머지 톱5(3.9∼4.5%)와 비교해도 크게 차가 나지 않는 수준이다.
국내 영화계가 중국 영화시장에 적극적인 이유는 자명하다. 연평균 27%의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중국 영화시장 연간 규모는 2015년 기준 441억 위안(약 7조6685억 원)으로 110억 달러(약 12조7400억 원)인 북미시장을 위협하는 유일한 영화시장이다. 게다가 CGV 산업분석자료에 따르면 현재 연평균 3%에 그치는 북미시장의 성장세를 감안하면 2018년 중국이 세계 1위 영화시장으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2014년 ‘한중 영화 합작 협의’를 체결한 한국은 협의 기준만 잘 지킨다면 현지에서 중국 영화 지위를 얻을 수 있는 큰 이점이 있다. 외국 영화 수입 쿼터제가 있는 중국은 1년에 외국 영화를 34편밖에 상영할 수 없다. 게다가 외국 영화는 중국 극장 수익의 20% 정도만 가져갈 수 있다. 그러나 한중 합작 영화가 중국 영화로 분류되면 쿼터제를 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익의 43%를 가져올 수 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