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6470원]노동계-경영계 모두 불만 표시
박준성 최저임금위원장은 “인상률은 (전년보다) 다소 낮아진 감이 있으나 인상액(440원)으로 보면 (올해 450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거세게 반발하고 있고, 야당과 노동계가 여소야대 국면을 활용해 제도 개편에 나설 것으로 보여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매년 치열한 협상을 하면서도 노사가 한 발씩 양보해 수정안을 내면서 견해차를 좁혀가던 것과 달리 올해는 한 발짝의 양보도 없었던 것이다. 지난해 6.5%(5940원)∼9.7%(6120원)였던 심의촉진구간(3.2%포인트)도 올해(9.7%포인트)는 3.7%(6253원)∼13.4%(6838원)로 대폭 넓어졌다. 심의촉진구간이란 협상에 진전이 없을 때 노사 양측의 요청을 받아 공익위원들이 제시하는 상하한선이다. 노사 양측의 견해차가 너무 크다 보니 공익위원들이 심의촉진구간을 좁혀 제시하기가 상당히 어려웠다는 얘기다.
이처럼 의결 시한(16일)을 하루 앞두고 열린 13차 전원회의에서조차 진전이 없자 공익위원들은 “노사가 최종안을 제출하면 두 안을 모두 표결에 부쳐 다수결로 정하겠다”며 최후통첩을 날렸다. 근로자위원들은 이에 강력히 반발하며 퇴장한 뒤 복귀하지 않았다. 결국 16일 오전 3시 30분부터 근로자위원들이 불참한 채 열린 14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들이 제출한 수정안(7.3% 인상)이 최종 표결에 부쳐졌다. 이 과정에서도 소상공인 대표 2명이 인상안에 반대하며 회의장을 떠나는 등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다. 매년 공익위원들의 중재안으로 표결이 시도되면 한쪽 위원들이 전원 퇴장하는 ‘구태’가 올해도 반복된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정치권이 여야 할 것 없이 최저임금 대폭 인상 기대감을 과도하게 부풀려 놓다 보니 그 어느 해보다 협상을 진전시키기가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이 최저임금위를 방문해 사실상 위원장을 압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약속한 듯 동시에 반발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의결 직후 성명을 내고 “현행 최저임금 결정 구조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제도 개선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양대 노총은 “공익위원들은 대통령 눈치만 살피는 편파적 위원일 뿐”이라며 “이런 편파적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최저임금 최소 인상위원회’가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노동계는 야당과의 공조를 통해 공익위원 추천 방식을 바꾸거나 최저임금 결정을 국회로 가져오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경영계 역시 불만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논평을 통해 “한국 경제는 대내적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가운데 브렉시트 등 대외 악재까지 겹치면서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2%대까지 떨어지고 있다”며 “이번 인상으로 최저임금 근로자의 86.6%가 일하는 30명 미만 사업장이 매년 2조5000억 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부담이 늘어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통해 “체감경기가 최악인 상황임을 감안해 사업 종류별 차등 적용과 적정 수준의 결정이 이루어지기를 호소했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지불능력 한계를 벗어난 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최저임금을 주지 못해) 범법자로 내몰리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연합회도 “최저임금 지불사업장의 70%가 5명 미만 영세 사업장”이라며 “최저임금이란 지나치게 임금이 낮아 발생하는 사회적 역기능을 방지하는 것이지 소상공인의 살을 깎아 근로자 가족을 풍요롭게 해주는 제도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어 “최저임금위원회 결정의 철회와 재조정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만일 이것이 이뤄지지 않으면 전체 소상공인들과 연대해 생존권 사수를 위한 집단행동도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