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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에 맞선 시민들… 쿠데타 세력, SNS 민심에 굴복

입력 | 2016-07-18 03:00:00

[터키 쿠데타 6시간만에 진압]오프라인 시설 장악에만 신경
에르도안측 SNS활용에 허 찔려… 쿠데타 반대 여론 급속 확산
3軍 합의 안된 것도 실패 원인




쿠데타 군인들 “항복” 16일 오전 터키 이스탄불의 보스포루스 대교에서 쿠데타에 가담했던 군인들이 무기와 탱크를 버리고 투항하기 위해 두 손을 들고 걸어 나오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번 쿠데타를 ‘반역 행위’로 규정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도 에르도안 정부에 지지를 표명했다. 이스탄불=게티이미지 이매진스

‘터키에서 합의되지 않은 쿠데타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6시간 만에 막을 내린 터키 군부의 쿠데타 시도가 실패한 이유로는 거사에 앞서 군부와 국민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점이 첫손에 꼽힌다. 터키는 국가지도자가 ‘이슬람주의’를 강조하고 자신의 권력 강화에 열 올릴 때 군부가 정권 교체를 시도한 역사가 있다. 1960년대 이후 총 5차례(1960년, 1971년, 1980년, 1997년, 2016년)나 쿠데타가 발생해 이번을 제외하고는 모두 성공했다.

그러나 이번 쿠데타는 기존 쿠데타와 다르다. 합동참모본부를 중심으로 육해공군이 합의해 쿠데타를 진행한 게 아니었다.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통상 터키 군부는 전체가 쿠데타 추진에 합의한 뒤 ‘군부가 나서게 된 이유’와 ‘개입 절차’를 발표하는 전통이 있다”며 “이번엔 이런 합의 과정이 없는 하극상 또는 돌발 행동이어서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국민 여론도 호의적이지 않았다. 지속적인 반대파 축출과 언론 통제, 부정부패로 인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상당하지만 저소득층과 보수파를 중심으로 한 대통령의 지지 세력은 여전히 건재하다. 또 터키 국민은 자신들이 이룩한 민주주의 전통에 자부심도 강한 편이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에르도안 반대파 사이에서도 ‘민주선거를 통해 선출된 리더를 군부가 함부로 바꿀 수는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쿠데타 군인들 “항복” 16일 오전 터키 이스탄불의 보스포루스 대교에서 쿠데타에 가담했던 군인들이 무기와 탱크를 버리고 투항하기 위해 두 손을 들고 걸어 나오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번 쿠데타를 ‘반역 행위’로 규정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도 에르도안 정부에 지지를 표명했다. 이스탄불=게티이미지 이매진스

쿠데타군이 국제공항, 국영방송, 교량 등 ‘오프라인과 하드웨어 시설’ 장악에만 공을 들였던 것도 실패를 초래했다. 쿠데타군이 전통적인 방식대로 군사본부와 방송국 장악에 힘쓰는 사이 에르도안 대통령은 아이폰 영상통화 기능인 ‘페이스타임’으로 연결된 CNN튀르크와의 인터뷰에서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거리, 광장, 공항으로 나가 정부에 대한 지지와 단결을 보여 달라”고 적극 호소했다.

메시지가 전파되면서 지지파를 중심으로 국민 여론이 쿠데타군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에르도안 대통령과 지지 세력은 페이스북과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십분 이용해 쿠데타군에 맞서라는 메시지를 전파했다. 이들은 SNS로 쿠데타 참여 군인들이 투항하거나 철수하는 모습도 집중적으로 알렸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그동안 SNS에 비판적인 반응을 보여 왔다. 자신과 여당을 비난하는 글들이 자주 올라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때 해외 망명설까지 나돌 정도로 벼랑 끝에 내몰렸던 그는 위기 상황에서 SNS를 효과적으로 이용해 여론을 우호적으로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한기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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