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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확보 급한데… 상점주인 “보복우려” 퇴짜

입력 | 2016-07-18 03:00:00

일선경찰, 범죄단서 포착 고충




“비밀번호 몰라요.” “겁주기용이라 찍힌 게 없어요.”

지난달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발생한 ‘묻지 마’ 폭행 및 절도 사건을 수사 중인 형사가 증거 수집을 위해 현장 주변 식당을 찾았을 때 일이다. 경찰은 유력 용의자를 식별하기 위해 도로를 촬영하는 가게 내부 폐쇄회로(CC)TV를 보여 달라고 요청했지만 식당 주인은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다. 목격자가 없어 도로를 촬영하는 상점 CCTV가 유일한 증거물이라고 생각한 경찰은 이후 3일 동안 해당 식당에서 밥을 사 먹으며 사장에게 피해자의 절박한 사정을 얘기했다. 그제야 사장은 경찰을 불러 CCTV를 보여 줬다. 그러나 저장 공간이 초과돼 사건 발생 당일 영상은 사라진 뒤였다.

김모 형사는 “상점에 설치된 CCTV가 있어도 경찰에 보여 주기를 꺼린다”며 “사건당 배치되는 수사 인력이 적다 보니 일일이 찾아가 설득하는 것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범인 검거가 늦어지자 범죄 피해자는 해당 경찰서 인터넷 홈페이지에 “형사가 CCTV 단서 하나 구하지 못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사건 해결이 지연되고 있다”고 항의 글을 올려 담당 형사를 당황스럽게 하기도 했다.

폭행, 절도 등 경미한 사건에서도 피해자들의 CCTV 증거 확보 요구가 많아지고 있는 가운데 경찰도 CCTV 영상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범행과 직접 관련된 CCTV 영상은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범행 장소는 아니지만 주변에서 작은 단서라도 찾기 위해 다른 지점의 CCTV나 지나가는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얻어야 할 때는 협조를 구할 수밖에 없다.

2015년 디지털포렌식연구지 6월호에 실린 ‘CCTV 영상물의 증거 능력 확보에 관한 연구’에서 수사 담당 현직 경찰관 147명에게 ‘사건 해결을 위해 CCTV 영상을 확보한 적이 있느냐’고 물어본 결과 응답자의 80%인 117명이 ‘확보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중 103명은 범행 장소에서 벗어나 있지만 사건 해결의 단서가 될 만한 CCTV 영상을 확보하기 위해 관리자의 협조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범죄 수사에서 CCTV가 활용될수록 경찰의 부담은 커지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지만 관련 영상이 있을 만한 상점에 들어가 CCTV 영상 보기를 요청하면 대개 ‘비밀번호를 모른다’ ‘겁주기용이다’란 식으로 보여 주지 않아 증거 부족으로 사건이 잠정 중단되는 경우가 10건 중 4, 5건에 이른다”고 말했다. 박현호 용인대 경찰학과 교수는 “상점들은 영업 방해와 보복 범죄 우려 탓에 CCTV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라며 “사설 CCTV를 활용하려면 이들을 보호할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