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주사단체 “설땅 잃어” 반발… KBS측 “상생 프로젝트 추진”
KBS가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을 만드는 자회사 ‘몬스터 유니온’를 다음 달 설립하기로 하자 외주제작사와 독립PD 등이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와 마찬가지”라며 반발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몬스터 유니온은 KBS가 KBS미디어, KBSN과 공동 출자해 만드는 일종의 외주제작사. 최근 ‘태양의 후예’를 기획한 문보현 전 KBS 드라마국장과 예능형 드라마 ‘프로듀사’를 만든 서수민 예능CP가 드라마와 예능 부문장으로 옮겨간다. 또 이정섭 PD(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동네변호사 조들호’ 연출)와 유현기 PD(‘내 딸 서영이’ 연출) 등 KBS 내부의 스타급 PD가 대거 합류했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와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 한국독립PD협회는 15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영방송이 돈벌이 목적으로 제작사를 설립하려 든다면 수신료도 포기해야 한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KBS는 같은 날 즉각 반박 성명을 발표했다. KBS는 “국내외 제작 인력의 중국 대량 유출을 막고 제작비 폭등 등 악화된 제작 환경에 대처하려는 절박한 인식의 결과물”이라고 주장했다. KBS 관계자는 “처음부터 ‘몬스터 유니온’은 외주제작사와 상생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할 것이라고 명확히 밝혔다”고 설명했다.
KBS의 콘텐츠 제작 자회사 설립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외주제작과 관련해 지상파 방송사에 유리한 쪽으로 꾸준히 규정을 고친 것이 중요한 촉매가 됐다. 지난해 6월 개정된 방송법에선 ‘자회사 등 특수 관계자가 제작하는 편성 비율을 제한하는 규정’을 폐지했다. 특수 관계자가 제작한 프로그램은 최대 21%만 방영할 수 있다는 규정을 없애 자회사 제작 프로그램도 외주제작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외주제작사들은 이 규정 개정 당시에도 크게 반대했다. 또 방통위가 올 1월 외주제작사에 대한 간접광고 허용을 공포한 것이나 방송사업자의 순수 외주제작 프로그램 편성 비율을 기존 ‘40% 이내’에서 ‘35% 이내’로 완화한 것도 마찬가지다. 한 방송 관계자는 “자회사가 콘텐츠를 만들면 지상파가 직접 만들 때보다 간접광고 등으로 수익을 창출하기가 훨씬 쉬워졌다”고 설명했다.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수신료를 받는 KBS는 공영방송으로서의 책무가 상업적 성과보다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며 “영세한 외주제작사를 보호하는 제도적 프레임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양환 ray@donga.com·이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