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실 설치 논란
서울 중구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8번 출구 인근의 흡연실 모습. 원래 이곳은 흡연자가 모여 담배를 피우던 곳으로 흡연 관련 민원이 빗발치자 서울 중구가 지난해 6월 개방형 흡연실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2011년 모든 공중이용시설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시행된 뒤로 점차 금연정책이 강화되고 있지만 불만의 목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 금연거리가 늘자 흡연자 사이에서는 ‘최소한의 흡연 공간은 보장되어야 한다’며 흡연실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흡연실 설치는 금연정책에 역행한다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실제 스페인 정부는 2006년 금연구역 관련법을 시행하면서 예외적으로 대규모 음식점에는 흡연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실내 흡연실로 인한 간접흡연 피해가 드러나자 2011년 법을 개정해 모든 음식점에서 흡연실 설치를 금지했다. 국가금연지원센터 관계자는 “흡연실 설치는 간접흡연 문제를 완벽하게 차단할 수 없고 담배로부터 국민 건강을 보호하는 국가 금연정책의 목적과 상충하기 때문에 흡연실 설치 확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흡연자들은 최소한의 흡연 공간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직장인 김모 씨(35)는 “비흡연자에게 피해 주는 것을 피하고 싶지만 회사 근처에서 떳떳하게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곳은 커피숍이나 음식점 내 흡연실이 유일하다”며 “흡연실이 좀 더 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흡연실을 둘러싼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간접흡연 피해가 없고 환기도 잘되는 흡연실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해 전문가들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9월부터 아파트 등 공동주택 가구 절반 이상이 동의하면 공동주택의 복도, 계단, 엘리베이터, 지하주차장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게 된다. 3월 이런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복지부는 세부 절차를 규정한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을 입법예고한다고 17일 밝혔다. 또 복지부는 실제로는 커피숍이지만 영업 신고는 금연구역 지정 대상이 아닌 자동판매기업으로 하고 편법 영업을 하는 이른바 ‘흡연 카페’를 금연구역 지정 대상에 포함하도록 관련 법령 개정을 즉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