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인삼이 들어간 삼계탕이 보양에 최고임을 모르는 이 없었지만 높은 가격이 문제였다. 인삼 한 쪽이 금 한 쪽과 같이 거래될 정도로 비쌌기 때문이다. 조선왕조실록은 인삼 안쪽을 파내고 도라지를 넣은 후 아교풀로 붙여 판 악덕 상인의 기록도 전하고 있다.
이에 조선의 가난한 민중이 삼계탕 대신 선택한 음식은 바로 계고(鷄膏)였다. 강명길은 자신이 쓴 ‘제중신편’에서 인삼을 구할 수 없을 때 대용 음식으로 계고를 추천했다. 계고는 영계 대신 묵은 닭인 진계(陳鷄)를 넣고 도라지와 생강, 계피, 산사, 밤 등을 곁들여 끓인 일종의 닭곰탕이다.
계고에는 최고의 영양을 자랑하는 조선의 재래 닭이 들어갔다. 16세기 중국의 의서 ‘본초강목’도 “약용으로는 조선의 재래 닭이 좋다”고 했다. 우리의 ‘치맥’ 문화가 우연은 아닌 셈이다.
최고의 약용 닭인 재래종 조선 닭은 어떤 특성이 있었을까. 일제가 남겨 놓은 기록을 보더라도 그 특별함은 분명히 드러난다. “한국의 재래종 닭은 그 털이 ‘갈색 레그혼’과 흡사하고, 체질이 강건하고 활발하며, 비상력이 강하다. 체중은 1.8∼2.5kg이다. 다만 산란력은 떨어져 1년간 낳는 알이 겨우 90개 정도에 불과하다.”
옛 선비들은 닭을 문무인용신의 다섯 가지 덕을 갖춘 짐승이라고 치켜세웠다. 머리에 관을 쓰고 있어 문(文), 날카로운 발톱이 있어 무(武), 잘 싸우니 용(勇), 서로 나눠 먹을 줄 아니 인(仁), 때를 알려주므로 신(信)이라 했다.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