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00m 김국영과 심재용 광주시청 감독
지난해 광주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자신이 세운 100m 한국기록을 5년 만에 10초 16으로 줄이는 데 성공한 김국영(광주시청). 아래 사진은 당시 100m 결승선에서 기다리고 있던 심재용 광주시청 감독에게 김국영(오른쪽)이 달려가 기쁨을 나누는 모습. 동아일보DB
지난해 광주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100m 한국 신기록을 세운 김국영(25·광주광역시청)이 결승선을 통과하고 가장 먼저 안긴 사람은 광주시청 심재용 감독(57)이었다. 2010년 10초23의 기록을 세우고 다시 10초16까지 0.07초를 줄이는 데 5년의 세월을 견뎌야 했던 그는 선수생활에 가장 큰 힘이 된 지도자로 주저 없이 심 감독을 꼽았다.
김국영이 심 감독을 만난 건 2015년. 태어나서 줄곧 안양에서만 살았던 김국영은 제 발로 광주를 찾았다. 광주시청보다 연봉을 더 주겠다는 다른 실업팀들의 제의를 뿌리친 것은 순전히 심 감독 때문이었다. 심 감독은 선수들을 ‘애기’라고 부르며 친자식처럼 챙기기로 유명하다. 멀리뛰기 한국기록 보유자인 김덕현도 9년간 광주시청 소속으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 세 번의 올림픽을 모두 심 감독과 함께하고 있다. “내가 섬에서 막둥이로 태어나 어려서 부모님 여의고 정을 못 받고 자랐어요. 우리 애기들은 내 아들보다 더 귀하게 키웠죠.” 이제 김국영은 광주 사투리도 제법 입에 익었다.
불모지라 불릴 정도의 한국 육상. 어쩌면 올림픽 도전 자체가 무모한 도전일지 모른다. 하지만 심 감독은 고개를 저었다. “국영이가 욕심이 많아요. 절대 이걸로 만족하지 않아요. 성격도 밝고요.” 심 감독의 말처럼 김국영의 생각은 늘 ‘안 된다’가 아닌 ‘된다’에 맞춰져 있다. 그가 10초 남짓한 100m 뜀박질을 위해 온 인생을 바치는 데 복잡한 계산은 필요 없었다. “가장 자신 있는 게 달리기였다”는 그는 자신의 도전이 “용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100m에 푹 빠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심 감독은 김국영에게 “늘 9초대를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체격 조건이 좋은 외국 선수들도 너랑 똑같이 밥 먹고 잠자는 사람이라고, 그러니까 기죽지 말라고 말해요. 지금까지 동양인 100m 최고 기록이 중국 선수가 세운 9초99예요. 세계선수권 결승까지 올라갔고, 키가 국영이만 해요. 불가능하지 않다는 거죠. 저도 국영이가 9초대에 뛸 수 있도록 더 도와야죠.”
지난해 기록 경신과 함께 올림픽 100m 자력진출에 성공한 김국영은 7월까지 200m 올림픽 기준기록에 도전하려고 했지만 심 감독이 말렸다. “국영이는 이번이 첫 올림픽이잖아요. 차근차근 도전하려고 해요. 이번에는 10초1대 기록으로 100m 2라운드에 올라가는 게 목표고요. 올림픽에 맞춰 최상의 몸을 만들려고 올 시즌에는 스피드 훈련을 5월에야 시작했어요. 당장 200m 기준 기록을 위해 스피드를 올리기는 어려워 보였어요. 계속 200m를 뛰면 체력 소모도 심하고 부상 위험도 있거든요. 올림픽 다녀와서 다른 대회에서 해보자고 했어요.”
심 감독이 강조하는 건 역시 ‘기본기’다. “발을 감아서 뒤로 차는 드라이브가 가장 중요해요. 국영이는 기초가 잘돼 있어요. 다만 긴장 속에 최적의 리듬을 얼마나 맞추는가가 중요하죠. 한국 신기록 세울 때도 리듬이 참 좋았어요. 스타트만 보면 90%는 감을 잡죠. (신기록이) 나올지, 안 나올지. 국영이도 스스로 완벽하게 자신감을 얻었을 때 신기록이 나왔어요.”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