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이후 파운드화 약세… 글로벌기업, 英기업 사냥 본격화
FT에 따르면 두 회사가 합의한 인수금액은 234억 파운드(약 35조1795억 원)다. ARM홀딩스의 15일 종가(주당 17파운드)에서 43%의 프리미엄이 붙은 금액이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영국에서 나온 최대 규모 인수합병(M&A)이다. 필립 해먼드 영국 재무장관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소프트뱅크의 투자는 아시아 기업의 영국 투자 중 역대 최대 규모일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언론들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59·사진)이 거금을 투자해 반도체 분야 회사를 인수한 점에 관심을 갖고 있다. 손 회장은 최근 “아직 더 일하고 싶다”며 후계자를 고문으로 밀어내고 경영에 복귀하자마자 이번 인수를 성사시켰다. 소프트뱅크는 “ARM홀딩스를 사물인터넷(IoT) 사업 확장에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BBC는 전했다.
전자업계는 보통 M&A가 이뤄지더라도 상표권이나 영업권 및 기존 고객과의 거래 조건은 그대로 승계되기 때문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다만 장기적으로는 ARM의 사업 방식 등에 변화는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추이를 지켜보려 한다”고 말했다.
브렉시트 이후 이어진 파운드화 가치 하락과 엔화 가치 상승도 이번 인수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되면서 다른 글로벌 기업도 알짜 영국 기업 사냥에 뛰어드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중국 완다그룹 자회사인 미국 AMC엔터테인먼트는 12일 영국 오데온&UCI시네마스그룹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번 인수도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속도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경제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해외 기업들이 영국 기업 인수를 더 매력적으로 느끼고 있다”며 “영국 기업을 싼값에 인수한 해외 기업들은 영국 정부의 엄격한 조사를 받아야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최근 파운드화 가치 하락을 틈타 영국 대표 기업을 헐값에 인수하는 외국 기업에 대한 경계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조은아 achim@donga.com·김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