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국을 장악해 세상이 바뀌었음을 알리는 것이 쿠데타 성공의 관건이었다. ‘6시간 천하’로 끝난 터키 쿠데타를 보면 그것도 20세기에나 먹혔지 이제 약효가 떨어진 것 같다. 쿠데타를 일으킨 군이 TV 방송까지 내보냈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순식간에 상황을 뒤집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평소 ‘불순한 선전도구’라며 탄압했던 SNS의 위력을 십분 활용해 휴가지에서 자신의 건재를 알리고 지지를 호소했다. 시민들은 SNS로 소식을 공유하며 탱크를 막아섰다. SNS가 쿠데타의 문법을 바꾼 것이다.
▷쿠데타 세력은 오프라인 시설 점령에만 신경 쓰다 SNS 민심의 결집 속도에 허를 찔렸다. ‘쿠데타 진압의 1등 공신은 SNS’란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14년째 장기집권 중인 에르도안 대통령은 인권과 언론 탄압, 부정부패 의혹에 휘말리면서 권위주의적 통치로 국내외에서 비판받고 있다. 뭔가 잘못되면 남 탓, 외국 탓으로 돌려온 그가 실패한 쿠데타를 빌미로 ‘반대파 숙청’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높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