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루크 챈들러 미국 출신·서울대 국제대학원 재학
반면에 한국에서 살면서 나는 한국 경찰들이 지나가거나 경찰차가 옆에 서 있어도 긴장한 적이 없었다. 늦은 밤 이태원에서 술 취한 나와 내 친구들은 경찰들이 지나가도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 같다. 미국이었다면 우리는 경찰을 어떻게 해서든 피하려고 했을 것이다. 이렇듯 한국과 미국에서 경찰에 대한 인식이 왜 이렇게 큰 차이가 있는지 의문이 생겼다.
미국과 한국의 가장 큰 차이점은 총기 소유의 문제인 것 같다. 미국 경찰들이 많은 사람에게 굉장히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그들이 완전 무장을 해서 다니기 때문인 것 같다. 기본적으로 다들 권총과 전기충격기를 들고 다니며, 경찰차에는 기관총부터 엽총까지 갖춰 놓았다. 이렇게 무장하는 이유는 일반인들도 총기 소유가 가능하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위협적인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반면에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총기 위협이 없기 때문에 한국 경찰들은 완전 무장을 할 필요가 없다.
한국에 와서 느낀 또 다른 차이점은 한국에서는 경찰의 체포율이 낮다는 것이다. 처음 이것을 깨닫게 된 계기는 친구들과 저녁을 먹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한 아저씨가 술에 너무 취해 길 한복판에서 괴성을 지르며 걷고 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다. 지나가는 차들은 아저씨를 향해 경적을 울리면서 난리가 났었고 주민들도 너무 시끄러워서 항의했다. 그 술 취한 아저씨는 이것에 굴하지 않고 계속 소리를 지르고 심지어 욕하기 시작했다. 곧 도착하는 경찰차를 보면서 나는 ‘이 아저씨, 오늘 밤에는 철창에 들어가 있겠구나. 수갑도 채워서 가겠지’라고 생각했다. 미국에서 이러한 일이 일어났다면 바로 경찰서에 끌려갔을 것이고 그 사람이 거부하거나 더 위협적일 경우 전기충격기까지 사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내 예상과 다르게 한국 경찰들은 그 아저씨를 체포하지 않았다. 갓길에 그를 앉힌 후 계속 괜찮은지 물어보고 안정을 취하도록 했다. 심지어 그 술 취한 아저씨는 쓰레기통 옆에 노상 방뇨까지 했으나 경찰서로 끌려가지 않았다.
나는 이것을 보고 한국 경찰들의 공권력이 약하다는 것을 느꼈다. 자신에게 욕하고 소리 지르고 폭력적인 행동을 해도 경찰은 왜 그 아저씨에게 마땅한 대가를 치르게 하지 않는지 미국에서 살다 온 나로서는 처음에 이해하기 힘들었다. 물론 한국도 미국처럼 경찰들이 무리하게 폭력을 행사하고 처벌을 내리는 경우도 있다. 작년 시위가 일어났을 때 경찰이 물대포로 진압하여 사람들이 많은 부상을 입었다.
그런데 미국과 비교했을 때 공권력이 너무 약한 한국 경찰들을 보며 이들을 더욱더 인정해주고 공권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미국처럼 경찰이 스스로 판사, 집행관이 되어서 무고한 시민을 죽이는 상황이 올 정도로 공권력을 행사하면 안 될 것이다.
한국 경찰들은 미국 경찰들과 마찬가지로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열심히 뛰며 일하고 있다. 어쩌면 가장 힘들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 중 하나인 것 같다. 음주운전 단속을 하며 술 취한 사람들과 싸워야 할 때가 많고 언제 어디서 사건이 발생할지 모르니 항상 긴장하면서 일을 해야 한다.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경찰에 대해 두려움과 무관심보다는 믿음과 존경심을 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