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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백서 갈등에 녹음파일 파문 겹쳐… 친박-비박 난타전

입력 | 2016-07-19 03:00:00

비박 “친박 비판 빠져… 백서 분칠”
黨관계자 “제목 수정, 내용 안바꿔”
비박 “공천개입, 추악한 진면목”… 서청원측 “전대 불출마로 기울어”




새누리당의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8·9전당대회가 계파 간 ‘폭로전’과 ‘난타전’으로 얼룩지고 있다.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최경환, 윤상현 의원이 올해 초 한 총선 예비후보에게 지역구를 옮기라고 종용하는 내용의 녹취록이 공개된 데다 계파 갈등을 4·13총선의 첫 번째 패인(敗因)으로 꼽은 총선 백서를 두고도 ‘분칠 논란’이 일면서 오히려 갈등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 서청원 향한 비박계의 총공세

최, 윤 의원이 지역구를 옮기라고 압박했던 예비후보는 당 대표 출마를 고심 중인 서청원 의원과 총선 공천 경쟁에 나서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예비후보에게 전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전화로 지역구를 옮기도록 종용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공천 과정에서의 ‘친박 패권주의’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비박(비박근혜)계 당권 주자들은 이날 일제히 서 의원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정병국 의원은 “(친박계의) 추악한 진면목이 드러났다. 명백한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며 “윤 의원의 협박과 회유의 혜택을 입은 인사는 백의종군하라”고 촉구했다. 주호영 의원도 “친박 실세라는 사람들이 ‘진박(진짜 친박) 놀음’도 모자라 공천 과정을 형해화(形骸化)했다. 이 지역구에서 당선된 분은 입장을 밝히라”고 압박했다. 김용태 의원은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말을 인용해 “진실은 엄청난 폭발력으로 모든 것을 날려 버릴 것”이라고 가세했다.

서 의원 측은 “윤 의원의 대화 상대가 누군지 우린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친박계 의원은 “당권 주자들이 일제히 서 의원을 공격하면서 서 의원도 불출마 쪽으로 생각이 기울고 있다”고 전했다.

당내에선 친박-비박계 간 구원(舊怨)이 얽히고설키면서 당이 ‘회복 불능’ 상태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호영 의원은 이번 총선 공천 당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에 의해 컷오프(공천 배제)되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김용태 의원은 혁신위원장에 내정됐다가 친박계의 집단 보이콧으로 전국위원회가 무산되면서 사퇴했다. 서 의원이 당 대표 경선에 나서면 자신도 나서겠다고 밝힌 나경원 의원은 친박계가 지지를 철회하면서 원내대표 경선에서 패배했다.


○ 계파 갈등 없애자며 발간한 백서마저…

총선 백서는 ‘분칠 논란’에 휩싸였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최종 편집 단계에서 ‘친박 패권주의’를 비판한 인터뷰 내용이 빠졌다는 얘기를 인터뷰 당사자에게 직접 들었다”며 “중요한 내용이 빠진 이유를 당 지도부가 정확히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권 주자인 한선교 의원도 총선 백서와 관련해 “살짝 분칠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이번 백서는 당 기획조정국에서 기획한 뒤 한 출판사에 집필과 제작을 맡겼다. 초안은 발간 2, 3일 전 당에 전달돼 기조국에서 감수했다고 한다. 당 관계자는 “내용과 다른 제목은 고쳤지만 내용 자체는 손댄 게 없다”며 ‘분칠 논란’을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질문 단계에서 특정인을 거론해 질문하지 않았다. 만약 특정인을 거론했다면 그게 오히려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당규에 ‘공천관리위의 회의록을 작성해 대외비로 보관한다’고 돼 있는데, 이번 총선과 관련해 회의록이 남아 있지 않았다”며 “이는 제도 개선이 필요한 대목”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집필자와 당의 최종 감수자가 베일에 가려 있어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egija@donga.com·홍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