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밴드 ‘트래비스’ 리더 프랜 힐리 영상통화
신작을 내고 24일 경기 이천의 지산 밸리록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무대에 서는 밴드 트래비스. 왼쪽부터 앤디 던롭(기타, 밴조), 더기 페인(베이스기타), 프랜 힐리(보컬, 기타), 닐 프림로즈(드럼). 아래 사진은 8일 기자와 영상통화를 하는 힐리의 모습.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제공·스마트폰 화면 캡처
그 사람, 프랜 힐리(43)다. 영국 스코틀랜드 록 밴드 트래비스(1990년 결성)의 보컬, 작사·작곡자, 리더. 8일 오후 그와 영상통화로 만났다. 3년 만의 신작(‘Everything at Once’) 발표, 경기 이천 지산밸리록페스티벌(22∼24일) 참가 얘기를 하려고.
독일의 자택 침실에서 전화한 힐리는 통화가 연결되자마자 카메라를 돌려 침실 창밖을, 작은 구름이 두 조각 뜬 베를린의 파란 하늘을 보여줬다. “오늘 날씨 참 좋네요. 그렇죠?” 트래비스 곡들의 시작하는 음정쯤 되는 낮은 미성.
트래비스는 그로부터 10년 뒤 또 한 번의 마법 같은 순간을 한국에서 맞았다. “2009년 서울 공연에서 관객들이 무대 위로 일제히 종이비행기를 날린 것 말이죠?” 당시 ‘Closer’의 후렴구가 터질 때 무대로 날아든 비행기 중 2, 3개를 그는 아직 “우리 집 아래층 보물 상자에 간직하고 있다”고 했다. “난생처음 본 아름다운 그 순간은 무덤까지 가져갈 기억이죠. 절대 못 잊어요.”
힐리는 “전날 밤 열 살 난 아들 클레이와 유로 2016 ‘독일-프랑스’전을 본 탓에 이제 막 일어났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독일인과 결혼해 8년 전 베를린으로 이주한 그는 트래비스 신작을 데이비드 보위(1947∼2016)가 명반들을 만든 베를린 한자 스튜디오에서 녹음했다. “갈 때마다 1970년대로 통하는 문을 여는 듯 신비로웠지요.”
‘Sing’ ‘Writing to Reach You’ ‘Turn’, 신작의 ‘Radio Song’까지…. 아름다운 멜로디를 끝없이 뽑아내는 비결이 궁금하다. “멜로디란 칼새의 비행처럼 자유롭고 예측할 수 없어야 합니다. 주기율표에서 새 원소를 발견하듯 번쩍 하는 순간은 가끔 오죠.” 힐리는 “프랑스의 시골집에서 뭔가 떠올라 갈색 봉투 앞뒷면에 빼곡히 적은 게 ‘Flowers in the Window’의 초안이 됐고, ‘Sing’은 소리를 죽인 채 TV를 보다 불현듯 떠올랐다”고 했다. “반드시 존재해야 할 노래들은 숨어 있다 나옵니다. 저의 일은 잠자코 기다리다 잽싸게 낚아채는 것뿐이죠.” 그는 “그러려면 최대한 조용하고 사적인 곳이 필요한데 지금 이 방이야말로 역대 내 침실 중 최고”라며 웃었다.
힐리는 “‘Why Does It…’이 비를 부르는 노래라면 신작에 실린 ‘Magnificent Time’은 해를 부르는 노래”라고 했다. “작년 4월에 작곡했는데 그 뒤로 날씨가 쭉 좋았거든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